WHO, 中눈치… 알맹이 없는 뒷북 ‘비상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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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권고수준 이동제한 조치도 안해
中, 10조원 투자약속 영향준 듯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본부에서 긴급위원회 회의를 연 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제네바=AP 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본부에서 긴급위원회 회의를 연 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제네바=AP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세계 곳곳의 방역망이 뚫린 데다 감염자가 9000명이 넘은 뒤 나온 ‘뒷북 조치’라 WHO의 대처 능력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긴급위원회 회의 후 “비상사태의 주된 이유는 우한 폐렴이 공중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에 이은 6번째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국제사회는 WHO의 주도하에 감염을 막기 위한 공조에 돌입하게 된다. 194개 회원국은 공중 보건 강화, 백신 개발 박차, 의료진 지원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발원지에 대한 역학 조사도 이뤄진다. 발원지와 감염 지역에 대해 교역·이동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이번 조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WHO의 규정은 회원국에서 국내법(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니지만 처벌이나 강제 규정이 없어 사실상 권고에 가깝다.

WHO는 우한 폐렴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발생 사례가 나온 이후 한참 지난 지난달 22일 긴급위원회를 처음 소집했다. 당시 “중국 외 지역에서 사람 간 감염 증거가 없다. 비상사태 선포 단계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사람과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속출하자 WHO는 일주일 만에 두 번째 회의를 열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같은 WHO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눈치 보기’란 분석이 나온다. 에티오피아 출신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2017년 5월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로 유럽 측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중국은 그에게 2017년 600억 위안(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중국은 무역과 관광 등 분야에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2017년부터 WHO가 속한 유엔 지원금 중 6억4000만 달러(약 7500억 원)를 삭감한 상황에서 거액을 지원하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비상사태 선포는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발병 감지, 바이러스 격리, 유전체 정보 공유 등 조치를 잘했다. 축하받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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