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6개월 연장했다. 친아베 인사인 그를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7일 정년을 맞이하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복무 기간을 올해 8월 7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일본 검찰청법은 ‘검사총장은 65세, 그 외 검사는 63세’로 정년을 정해놨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은 공무원의 퇴직으로 공무에 현저한 지장이 생길 경우엔 퇴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을 거론하며 이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등은 “매우 이례적인 인사”라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요미우리신문도 “63세인 정년이 연장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례적인 인사의 배경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복수의 검사총장 후보 중 관저 측이 구로카와 씨를 취임시키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도 2일 “누가 뭐래도 (구로카와 씨를) 검사총장으로 취임시키기 위한 정년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나다 노부오(稻田伸夫) 검사총장은 올해 8월에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관례상 2주년이 되면 물러나면서 후임을 지명해 인사에서 정치적 입김을 배제한다. 그런데 아베 정권이 구로카와 고검장을 이미 검사총장으로 점찍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구로카와 검사장이 법무 및 검찰 인사 중 손꼽히는 정계 통이며 아베 정권과의 친밀감이 역대 법무 관료 중에서도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법무성 관방장(비서실장 역할)으로 5년간 일했고, 사무차관도 지내면서 아베 정권과 접촉이 잦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아베 정권 핵심 인사로부터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도쿄고검 검사장으로서 현재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정권에 타격을 주고 있는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IR) 뇌물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구로카와 고검장이 검사총장이 되면 일본 검찰의 수장으로서 모든 검찰청 직원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각료 경험이 있는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특수부를 책임지고 있는 법부·검찰 수장 인사는 성역인데 여기까지 관저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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