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5% 올라 13개월 만에 1%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변수로 작용해 저물가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지만 물가 정체나 하락은 그 반대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 상승했다. 2018년 11월(2.0%) 이후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공식통계 기준 사상 첫 마이너스(―0.4%)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0.0%) 보합에 머무는 등 1년 내내 1%를 밑돌았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달 1%대 물가 상승률을 회복한 것은 비교 대상인 1년 전 물가가 낮아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고, 농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무(126.6%) 배추(76.9%) 상추(46.2%)의 오름폭이 컸다.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지수가 2.1% 올랐다. 2018년 11월(2.3%)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생활물가지수에는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커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석유류는 12.4% 올라 전체 물가를 0.49%포인트 끌어올렸다. 2018년 7월(12.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 0.9% 오르는 데 그쳤다. 11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상반기(1∼6월) 1% 초반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저물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달 하순 본격화해 1월 물가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월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안 심의관은 “신종 코로나 관련해선 바이러스 전개 양상이나 심각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면서 놀이시설과 레포츠 이용료 등 오락과 문화 관련 물가가 2015년 5, 6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7월에 회복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사태로 급등한 마스크 가격은 내년 말부터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자료가 쌓여야 공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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