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당에 합의했다. 이들은 4년 전 총선에서 일으킨 ‘녹색바람’을 재현할 방침이지만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2위로 부상하며 오히려 존재감이 묻히고 있어 전략수립에 고민이 깊다.
◇옛 국민의당 주역들 뭉쳐 호남서 경쟁체제 구축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각 통합추진위원장들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갖고 오는 17일 합당과 함께 당명을 ‘민주통합당’으로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통합당의 지도부는 각 당의 현재 대표 3인이 공동대표를 맡는 체제로 하고, 최고위원은 각 당에서 1명씩 추천키로 했다.
또한 공동대표 중 연장자를 상임대표로 한다고 밝혀 손학규 대표가 상임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당의 대표 임기를 오는 28일까지로 못 박았다.
임기종료 시에는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당의 강령에 동의하는 청년미래세대와 소상공인협회 등과 통합을 적극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 이후 손 대표가 합의문에 거부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혼란스런 모습을 연출했으나, 결국 합당에 이르게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 3당은 합당을 통해 대립과 싸움만을 일삼는 양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다당제를 실현하고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호남에선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에 이어 ‘2위’ 부상
하지만 호남 통합 신당 앞에 주어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4년전 새정치를 내세우고 호남 주요 정치인들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 이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귀국과 함께 중도 정당 창당을 선언한 안 전 대표는 당명을 여러차례 수정 끝에 ‘국민의당’으로 정하고 오는 23일 중앙당 창당에 앞서 16일 광주·경기·서울·대전을 시작으로 18일 대구, 22일 인천·충북 시·도당 창당대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며 세몰이에 나선다.
16일 오후 열리는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에는 ‘광주의 딸’로 불리던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을 비롯해 전 바른미래당 광주시장 후보였던 전덕영 전남대교수와 국민의당 창당 작업에 함께했던 조정관 교수 등 광주·전남 주요 인사 200여명이 함께 한다.
아직 창당 전이나 호남지역 정당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광주·전라’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66%, 안철수신당(가칭) 7%, 정의당 5%, 자유한국당 4%, 민주평화당 1%, 기타 1%, 없음 13%, 모름·응답거절 3%로 조사됐다.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은 50사례 미만으로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명칭의 별도 창당을 통해 호남 표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으면서 옛 국민의당 부활을 노리던 호남 통합신당이 일격을 맞았다”며 “신당이 새 인물 영입과 함께 호남당 인식 불식, 창당 명분 등을 서둘러 어필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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