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22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감염자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검역과 확진환자 포착, 접촉자 관리에 집중한 방역 대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장기 유행에 대비해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 의료기관 ‘이원화’ 서둘러야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기관 특성에 맞는 역할 분담이다. 선별진료 시설이 빈약한 동네의원에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환자가 뒤섞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기도 한다. 증상이 미미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중증환자들의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형병원도 감염병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 환자들이 중증도와 상관없이 큰 병원으로만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긴급 심포지엄을 열고 “현재 확보된 음압병실에 모든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병원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역당국도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경증 입원환자는 공공병원이 소화하고 중증환자는 국가 지정 음압격리병동이나 상급종합병원이 치료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다녀가 폐쇄되는 응급실이 속출하면서 응급의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1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대구에서는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느라 정작 응급환자를 못 보는 응급실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18일부터 사실상 외상환자 진료를 중단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면 지역 응급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전담할 응급실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권역별 ‘코로나19 병원’ 지정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양상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이상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로 운영됐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코로나19 환자와 일반환자가 완전히 격리돼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권역별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망에서 벗어난 ‘숨은 감염자’를 찾으려면 검사 대상을 넓혀야 한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중소병원도 선별진료소 설치를 권장하고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진단키트가 부족하지 않도록 생산량을 서둘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입국제한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중국 방문자의 입국 제한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 발병 양상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다. 단 일본 크루즈선에서 내린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은 막기로 했다. 러시아는 20일부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다. 현재 37개국이 중국인이나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