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자영업 불황이 깊어지면서 전국 가계의 사업소득이 5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역대 최장 기간 감소세다. 특히 소득 상위 60% 가구의 사업소득이 줄어 중산층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증가했지만 이는 민간 고용시장의 활력보다는 정부의 재정 투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7만2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은 각각 5.9%, 3.7% 늘어난 반면 사업소득은 2.2% 줄었다. 소득계층별로는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6.9% 늘어 증가율이 가장 컸다. 7개 분기 연속 감소했던 근로소득이 증가세로 전환한 덕분이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정부 일자리 사업을 통한 근로소득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6배로 2018년 4분기(5.47배)보다 줄었다. 역대 최대 격차를 보였던 전년보다 불평등이 개선됐지만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4분기(4.61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사업소득 증감율은 소득분위별로 엇갈렸다. 저소득층인 1, 2분위의 사업소득은 각각 11.6%, 24.7% 늘었다. 반면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3, 4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10.9%, 7.0% 쪼그라들었고 맨 위 상위 20%(5분위)의 사업소득도 4.2% 줄었다. 저소득층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은 2018년에 너무 많이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급등과 경기 하락으로 당시 영세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최근 내수 불황의 충격에 따라 중산층 자영업자들이 1분위나 2분위 계층으로 내려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 국장은 “3, 4분위 가구 중 자영업자의 수가 감소했는데 최근 영업하시는 분들의 사업 부진이 반영된 걸로 풀이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가계 소득과 분배 여건 개선흐름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EITC)과 실업급여 보장 확대 등 정부 정책이 여기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2년 전과 비교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3744원으로 2017년 4분기(150만4820원)보다 12% 줄었다. 경기 침체로 단기 취업자 등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고 사업소득도 소폭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일자리와 이전소득 등 세금을 투입해 저소득층 소득을 떠받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