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경험 있다"…집권 보수당 후보 깜짝 발언
영국 관계자 "정부나 런던 당국 뜻 아냐" 수습
日누리꾼 "감히! 너희 크루즈나 가져가라" 분노
“런던에서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도쿄 하계올림픽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인 션 베일리(49) 런던시장 후보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일리는 “코로나19로 계속되는 혼란을 고려해봤을 때, 올림픽 준비위는 만약을 대비해 런던이 올림픽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올림픽 개최를 위한) 기반시설과 경험도 있다”면서 “만약 내가 당선이 되고, 우리에게 긴급한 요청이 들어온다면, 런던이 또 한번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주최할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런던에서 한 차례 올림픽을 개최했던 만큼 빠르게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일리의 발언이 이슈가 되자 사디크 칸(노동당) 런던시장 측 대변인도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에 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베일리의 폭탄 발언에 영국은 물론 일본 당국자들도 수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영국의 체육 관계자들은 “우리는 도쿄 올림픽을 기대하고 있으며 런던은 올림픽을 가로 챌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는 시장 후보자의 발언이지 영국 정부, 혹은 런던 당국의 입장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도쿄올림픽위는 베일리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이들은 “도쿄는 관계 기관들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우리의 관계 기관들은 필요한 모든 대책을 계속 검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본 NHK, 아사히 신문 등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런던의 시장 후보들이 코로나19의 대책을 세웠다”며 베일리의 발언을 상세히 보도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어떻게 감히! 일본의 올림픽을 빼앗지 말라! 애초에 영국은 당신네들 소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의 구체적인 구제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먼저 너희 배(크루즈)나 가져가라”는 짜증 섞인 반응도 나왔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으로 21일 기준 확진환자만 630명이 넘는다.
일본에서는 영국 국적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내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책임이 영국에 있다는 ‘영국 책임론’에 불이 붙고 있다.
지난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크루즈선 대응 기국주의(旗?主義)의 함정, 의무 없었던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국적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는 일본의 법률이나 행정권이 적용 되지 않아 대응이 어려웠다”며 일본은 이번 크루즈 내 전염병 확산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프레임 바꾸기 노력에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주 일본을 찾은 존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서 일본을 찾을 선수를 포함해 모든 방문자가 영향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WHO는 코로나19가 도쿄 올림픽 개최 일정 변경에 영향을 끼칠만한 상황이라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내놨다.
한편 런던 시장 선거는 오는 5월7일 실시된다. 인디펜던트는 여론조사에서 베일리는 현역인 칸 시장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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