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흡기환자 분리 진료 ‘국민안심병원’ 연다…병원 폐쇄 막기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13시 45분


21일 김포 뉴고려병원 앞 주차장에는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만 따로 진료 받는 장소인 안심외래진료소가 설치 돼 있었다. 의료진들이 우주복 차림으로 진료하는 선별진료소와는 달리 안심외래진료소는 마스크와 장갑 정도의 간단한 보호 장구만 착용한 뒤 진료를 본다. 오후에만 11명의 환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번 주부터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 응급실 폐쇄, 병원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국민안심병원을 신청받아 지정한다. 대상은 요양병원, 치과병원 등을 제외한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이 해당된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면 모든 내원 환자는 병원 진입 전에 호흡기 증상, 발열, 코로나19 의심 여부 등을 확인 받는다. 특히 호흡기 환자의 병원 방문부터 입원까지 진료 전 과정의 동선을 다른 환자와 완전 분리해 진료 하는 병원을 말한다.

실제로 뉴고려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모두 병원 입구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체온측정을 받는 뒤 중국 여행력, 긴밀 접촉자 여부, 대구 방문 여부 등을 꼼꼼히 질문을 받는다. 이후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병원으로 들어가는 대신 안심외래진료소로 안내 받았다.

안심외래진료소 의료진은 환자 진료 시 ITS(해외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와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등을 통해 환자의 해외 여행력을 확인한다. 기자가 이 병원 안심외래진료를 찾은 환자들을 살펴본 결과 단순 기침이거나 미열, 몸살 또는 만성폐쇄폐질환(COPD), 천식, 결핵 환자 등이었다. 폐 기능 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온 70세 환자도 있었다. 일부 환자 중에선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진료를 담당하는 임소연 호흡기내과 과장은 “안심병원은 병원입원실, 외래,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의미한다”면서 “호흡기내과 질환자들만 따로 병원 밖에서 진료 받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가 진료 뒤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면 안심외래진료소 옆에 설치된 외부 X레이를 찍어 폐렴 여부를 확인 한 뒤 선별진료소로 다시 보낸다. 선별진료소엔 레벨 D에 해당되는 보호장구 즉 우주복 차림의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를 보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A타입과 B타입으로 나눈다. A 타입은 코로나19 유증상 또는 의심 환자가 아닌 일반 호흡기 환자 등 진료를 위해 분리된 공간과 인력을 갖춘 곳이다. 또 B 타입은 A 타입에 선별진료소와 호흡기 질환자의 입원까지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을 말한다. 입원의 경우 단순 호흡기 질환이라도 일반 환자들과 섞이지 않도록 호흡기 병동을 통해 분리된 곳에서 입원이 된다. 국민안심병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보험위원장은 “국민안심병원을 만든 이유는 무엇보다 대구 지역에서처럼 환자들이 무작정 큰 병원 응급실을 찾다보니 확진자가 생길 경우 응급실이 폐쇄되는 사태로 응급환자의 치료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환자도 병원 방문을 통한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의료 이용을 꺼리고 일반 호흡기 환자도 진료받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유 위원장은 “이번 주부터 많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병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호흡기 환자들은 안심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보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고 당부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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