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정현 “언젠간 구승준처럼 절절한 사랑 해봐야죠”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정현. 2018년 MBC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겪은 태도 논란 이후 부쩍 성숙해졌다.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 인기리 종영 tvN ‘사랑의 불시착’ 통해 부쩍 성장한 김정현

2년전 태도 논란·섭식장애 중도하차
1년5개월 공백, 스스로 질책의 시간
‘불시착’ 통해 연기의 소중함 깨달아
“올해 목표는 영어…미리 준비해야죠”

연기자 김정현(30)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30대의 시작과 함께 데뷔 5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21.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16일 마무리한 tvN ‘사랑의 불시착’이 그 포문이 된 것도 의미를 더한다. 이를 통해 차기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 남주(남자주인공)’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그에게 드라마는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전환점”이었다. “몸도, 마음도 아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던” 1년 5개월의 공백을 훌훌 털어낸 계기였다.

“행복으로 나를 살찌우고 있는 요즘이에요.”

20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현은 평온해보였다. 2018년 MBC ‘시간’을 통해 지독하게 겪은 ‘성장통’에 대해서도 이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태도가 무성의하다며 논란에 휩싸였고, 섭식장애 등으로 막바지 중도하차까지 했다.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뒤 줄곧 상승세를 달리다 맞은 급정거의 여파는 생각보다 길었다.

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인간으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스스로를 질책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왜 사는가’ 고민을 깊게 할 정도로 힘들었다. 매 순간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지 못하니 미래의 나도 계속 벼랑 위에 서 있을 것 같더라. 그걸 깨닫고는 지금의 풍경과 내 주변을 둘러보고 느끼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지난 숨죽임을 김정현은 “마음에 살을 붙이는 재활운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때 반성을 지표로 삼아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그 와중에 만난 ‘사랑의 불시착’은 “희망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극중 북한에서 만난 서단(서지혜)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구승준 역으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가장 감사한 것은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배웠다는 점이다. 자존감을 많이 되찾았다. 연출자 이정효 PD의 ‘즐겁게 하자’는 말이 힘이 됐다. 친구의 부모님들로부터 ‘밥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이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이다. 하루는 식당에서 ‘언제 남한으로 왔냐’며 응원해주는 분들도 만났다.(웃음) 그 모든 것들로 연기자란 직업이 참 즐겁고 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로서는 아직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느꼈을 때 멋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드라마에서처럼 절절한 사랑을 해본 적 있느냐 물으니 “아직은 없다”며 웃는다.

올해의 목표는 “영어 공부”다. 역시 최근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영향이 크다. “영화를 보며 느낀 에너지를 언젠가 각국의 다양한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대화를 넘어 연기가 되는 수준으로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다. 그래서 영어 연기 영상을 만들어놓을 생각이다. 많은 관객, 시청자와 경험이나 삶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기생충’의 박명훈 선배님도 ‘미리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하셨다.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