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봉준호 감독은 사소한 장면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디테일과 빈부격차라는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영화를 제작했다. ‘디테일’과 ‘공감’이라는 가치는 안전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1981년 제정 이래 노동자의 안전을 지탱해 온 산업안전보건법이 정부의 노력으로 30여 년 만에 전부 개정돼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시행으로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보호조치가 확대됐다. 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장한 것이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도급업체(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 작업의 도급을 제한한 것도 개정법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들은 그 가치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까. 기생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디테일의 차이가 완벽을 만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노동계는 프랜차이즈 노동자나 특고노동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개정법은 가맹점이 2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외식업, 편의점인 경우)에 대해서만 안전보건에 관한 프로그램 교육 의무(연 1회)를 부과했는데, 이를 두고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규모 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상당히 많은 데다 대형보다 소형업체의 근무환경이 위험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학계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 범위 및 역할 기준이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며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곳부터라도 정량적 위험성평가(QRA)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밖에 제3의 기관 등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업장의 관리체계를 크로스체크하는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숙한 환경에 갇힌 사업장과 정부의 눈높이로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발굴,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산업현장의 공감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법에 따른 의무만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노동자도 스스로에게 해당되는 법률 조항을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법에 의한 수동적 관리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를 불식시키는 것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범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안전보건 문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안전문화혁명’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높여 기생충 신드롬 못지않은 선진 사례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