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비용[횡설수설/이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회사원 A 씨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열과 기침이 나자 혹시나 싶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 2주 후 3270달러(약 397만 원)짜리 청구서가 날아왔다.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인 그가 부담해야 하는 검사 비용은 약 1400달러다.

▷A 씨가 한국에 있었다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중국을 방문한 이력에 호흡기 질환 증상까지 있으니 100% 검사 대상이다. 요즘은 중국 방문 기록이 없어도 의사의 소견서만 있으면 된다. 무료 검사 대상이 아니면 16만 원을 내야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전액 돌려받는다. 진료비도 정부가 부담한다. 외국인의 검사비와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본인 부담인 데다 검사 기준도 엄격하다. 중국을 다녀왔거나 감염자와 접촉 후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야 한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중국에 간 적이 없는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자 27일에야 중국에 더해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을 방문한 사람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일본도 무료 검사 기준이 까다롭다. 중국 등에 다녀온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한 이력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 중 광역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본인 부담 검사는 아예 없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초엔 본인 부담 검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비용은 미정이다.

▷검사 기준의 차이는 검사 건수의 차이를 낳는다. 한국에선 28일까지 7만8830건을 검사해 2337명의 환자를 찾아냈다. 미국은 445건 검사에 14명 확진, 일본은 2058건 검사에 186명 확진이다(미일 모두 크루즈선 탑승자 제외). 확진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2.96%로 가장 낮고 미국은 3.14%, 일본은 무려 9.03%다. 한국의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빠르게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은 환자 수가 너무 많아 난리지만 미국과 일본은 너무 적다고 야단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환자 수를 줄이려고 검사를 아예 틀어막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도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감기보다 위험하지 않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지역사회 확산을 방치할까 봐 걱정이다. 환자 수 650명으로 ‘유럽의 우한’이 돼버린 이탈리아에서는 검사를 너무 열심히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의 환자 수 급증은 방역 실패의 증거인 동시에 진단 기술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방에서 입국 제한을 당하는 신세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진단 기술만큼은 평가받을지 모른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코로나19#코로나 진단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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