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일종의 국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1일 이탈리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2%인 36억 유로(약 4조8000억 원)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반토막 나고 패션, 스포츠 등 주요 행사가 모두 중단되면서 30억 유로(약 4조원)가 넘는 피해가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1694명(사망자 41명 포함)이다. 하루 만에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566명, 12명 늘었다. 지난달 20일에는 확진자가 3명에 불과했지만 10일 만에 폭증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폭발적 증가 추세는 유럽 전체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당수 유럽 국가의 첫 확진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했거나 방문한 사람과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GDP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업 타격을 우려해 입국 제한 등을 망설이다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쳐 버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일 현재 여전히 최초로 감염된 ‘0번 환자’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확산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무증상 확진자들이 격리되지 않은 채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북부 지역 감염확산의 주 원인이 된 롬바르디주 거주 A 씨(38)의 경우 지난달 14일 발열로 처음 병원을 찾았고, 16~19일 병원을 세 번 방문할 때 일반치료를 받았다가 20일에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 기간 동안 A 씨는 ‘슈퍼 전파자’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병원이 전염병 지침을 따랐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유럽국보다 폭넓은 중국과의 교류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유산을 보러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 수는 연간 5800만 명에 달한다. 이중 350만 명이 중국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도 30만 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검사를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 환자 수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달 28일 “무증상 접촉자도 진단 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일부 주에서 과도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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