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안감에 ‘동영상 스터디’ 바람
온라인으로 공부량 체크-토론… 2월 가입자 405%가량 늘어
기상-모의고사 등 모임도 다채… 1인 미디어 플랫폼도 ‘공부방’ 활발
공무원 취업 준비생 A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험 일정이 연기된 데다 스터디룸, 카페 등 공개된 장소에서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고민하던 A 씨는 같이 공부하던 멤버의 추천으로 온라인 스터디인 ‘캠스터디’(카메라와 스터디의 합성어)를 시작했다. PC·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실시간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를 통해 스터디원들과 함께 공부량을 체크하고 모의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A 씨는 “오프라인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집중이 잘돼 감염병이 진정돼도 온라인 스터디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무원 시험, 대기업 채용, 대학교 개강 등이 줄줄이 연기되고 외부 활동에도 제약이 잇따르자 수험생들이 컴퓨터, 스마트폰 카메라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온라인 실시간 동영상 중계 서비스를 통해 서로의 공부를 체크하고 대화와 토론까지 진행해 학습 능률을 높이는 캠스터디를 찾는 것이다.
2일 캠스터디 스타트업 구루미에 따르면 대구경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2월 다섯째 주(24∼28일) 캠스터디 신규 가입자 수는 3882명으로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셋째 주(13∼17일·768명)보다 405%가량 증가했다. 서비스 내에 신규 생성된 스터디룸도 같은 기간 약 250%(2423개) 늘었다. 2018년 5월 시작된 이 서비스의 가입자 수는 11만 명, 누적 사용자 수는 약 70만 명에 달한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된 지난주에 이용자 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는데 기존까지는 없었던 응답”이라며 “감염병 확산이 수험생들의 공부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캠스터디 이용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연령대가 몰려 있는 18∼34세가 대부분(85%)이다. 모바일과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Z세대)이기도 하다. 여성 비중이 60% 정도로 더 높다.
캠스터디 활용은 기상 스터디, 시험 공부방, 모의고사 스터디 등 다양하다. 실제 캠스터디를 통해 노무사에 합격한 염하영 씨는 스터디원들과 오전 7시 반∼9시에 일어났음을 인증하는 기상 스터디방에 참여했다. 오전 9시 반부터 9시간을 공부하는 노무사 공부방도 들어갔다. 이 밖에 기출 문제를 함께 푸는 모의고사 100분 쓰기 스터디 등에도 참여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온라인 공부방이 활성화되고 있다. 채널 운영자가 자신이 준비하는 시험명 등을 내걸고 실제 공부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면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함께 공부하는 식이다. 공부하는 동안 양방향 채팅은 불가능하다. 채널 운영자는 1교시, 2교시 등 시간표를 화면에 표기해둬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쉬는 시간에는 채팅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날 오후 3시경 유튜브 ‘공부하는봄이’라는 채널에서는 1500명이 넘는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온라인 공부방을 시청했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생활 방식인 온라인 스터디, 재택근무 등이 시행됐지만 국민들은 차츰 공부와 업무의 효율화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MZ 세대를 넘어 다수가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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