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꼽은 것이 바로 ‘원내 감염’이다. 원내 감염은 의료기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는 걸 말한다. 입원 중인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의료진 감염으로 병원이 폐쇄되면 의료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지역사회의 감염병 치료시스템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원내 감염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발생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됐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했다가 28명을 감염시켰다.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8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2차 감염자 16번 환자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총 23명을 감염시켰다.
이처럼 전파력이 큰 이유는 병원이란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다수가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건강취약계층이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때도 환자 18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2명(44.1%)이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원내 감염은 치사율도 높다. 메르스 14번, 16번 환자를 통해 감염된 환자 중 22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21%에 달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외래·입원 환자의 다수가 만성질환자들이다. 중증이나 응급 환자도 많다. 장기부전이 온 상태에서 감염병에 걸린다면 치명적이다”고 지적했다.
원내 감염의 또 다른 문제는 의료진 감염에 따른 의료공백이다. 감염 또는 접촉으로 인해 의료진 여러 명이 장기간 격리되면 해당 병원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에서는 초기에 대학병원 5곳 중 4곳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 때문에 응급·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응급실에는 감염병보다 훨씬 시급한, 당장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온다. 병원 안에서 감염이 확산될 때 가장 무서운 건 병동 폐쇄가 도미노처럼 일어나면서 지역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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