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의 예상치 못한 ‘공천 마이웨이’ 행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통합당은 당초 위성정당이라는 한국당 취지에 맞게 통합당 영입 인재 위주로 비례대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이 조금씩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당연시되던 ‘총선 후 합당’ 절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0일 양당에 따르면 황 대표와 한 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처음 만나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가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 등 통합당 영입인재의 비례대표 우선순위 공천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전날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2시간 만에 철회한 시점도 두 대표 회동 종료 직후였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1번을 윤 전 관장으로 하려는 건 통합당 생각”이라며 “한 대표가 박 전 위원장을 ‘비토(반대)’한 건 맞다”고 했다. 한국당은 11일 ‘2019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를 영입 발표하며 독자 행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한 대표의 행보에 통합당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대표는 황 대표의 성균관대 동문으로, 황 대표 체제의 첫 사무총장을 지낼 만큼 한때 대표적인 ‘황교안 라인’으로 통했다. 그런 한 대표가 통합당이 선정한 비례대표 명단을 그대로 공천할 거라는 당초 예상을 깨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도 들린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난달 공병호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을 임명할 때부터 통합당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며 “한 대표가 통합당 안을 배제하고 공천 명단을 짠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독자 행보’의 근거로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들고 있다. 이번 총선부터 비례대표 전략공천이 금지된 만큼 ‘민주적 절차’를 거쳐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명분이다. 한 대표는 통화에서 “통합당과 한국당은 다른 당”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비례대표 공천 기준에 맞춰서 공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통합당과의 합당 없이 독자 정당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통합당은 당초 한국당 의석을 15∼18석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선거 판세에 따라 20석을 넘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만약 20석 이상 얻어 원내 교섭단체가 되면 총선 후 통합당과 합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교섭단체 대표가 된 한 대표가 굳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황 대표에게 가져다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