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내놓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시세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해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는 시세 12억 원 이상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인상했는데 올해는 대상을 더 확대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대상이 아닌 시세 9억 원 미만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1.97%로 전년(2.87%)보다 작은 폭으로 올랐다. 현실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세 상승분만 반영해 공시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66만 3000채·전체 공동주택의 4.8%)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21.15%로 대폭 인상됐다.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27.39% 올라 30% 가까운 인상률을 보였다.
국토부는 “시세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공동주택은 현실화율 70%, 시세 15억∼30억 원은 75%, 30억 원 이상 주택은 80%까지 현실화율이 높아지도록 공시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분에 현실화율 제고를 위한 인상분까지 더해 고가 주택일수록 더 높은 인상률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보유세가 대폭 인상되는 아파트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m²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이 19억400만 원에서 25억7400만 원으로 35% 이상 올랐다.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팀장에게 의뢰해 예측한 결과 보유세도 대폭 늘어나 지난해보다 약 430만 원 늘어난 1351만 원을 내야 한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m²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6400만 원 수준으로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25% 이상 오른 10억8400만 원이 되면서 종부세를 내게 됐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모두 합친 총 보유세는 약 33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98만 원 이상 늘어난다.
지난해 4.56%에서 올해 14.06%로 3배 이상 공시가격이 급등한 대전도 세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 151채에 그쳤지만 올해는 729채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당장 납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 1주택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종부세 대상은 아니지만 재산세 증가만으로 부담이 된다”며 “시세는 올랐어도 아파트 거래 자체가 안 되는데 이렇게 세금을 올려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는 “서울에서 시세 9억 원 내외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 보유세가 평균 연 100만 원가량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치는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사실상 증세 정책이지만 법령 개정 등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시가격 인상은 주택 시세가 크게 상승하지 않아도 계속 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직성이 강한 정책이기도 하다. 올해 공시가격이 오른 경기(2.72%)의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76%로 오히려 하락했다. 세종도 공시가격은 5.75% 올랐지만 매매가는 2% 이상 하락했다. 공시가격이 30% 이상 크게 오른 고가주택의 경우 대부분 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150%)이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급랭하는 가운데 정부가 증세와 직결되는 액션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유연한 결정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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