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경제위기, IMF·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전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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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9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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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지난 18일 10년 만에 ‘1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지금이 IMF때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증시 추가폭락, 집값하락 등 큰 충격이 닥칠 것으로 우려했다.  © News1
코스피 지수가 지난 18일 10년 만에 ‘1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지금이 IMF때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증시 추가폭락, 집값하락 등 큰 충격이 닥칠 것으로 우려했다. © News1
경제전문가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전시상황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장 교수는 이번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의 무한대로 돈을 푼 양적팽창의 후유증이 ‘코로나19’라는 뇌관에 의해 터졌다며 “옛날처럼 돈을 풀어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줘도 나가 쓸수 없는 상황이다”며 잘못된 처방으로 본 뒤 우리나라도 “현금지급보다는 세금감면 등의 방식과 국채발행을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하준 교수 집안은 내로라하는 ‘수재집안’으로 유명하다. 장 교수 동생은 장하석 런던대 교수 겸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사촌형은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을 나온 장하성 전 청와대정책실장(현 주중대사)이다.

◇ 코로나경제위기, 2008금융위기 양적팽창으로 땜질한 후유증


장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미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게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장 교수는 이번 위기가 코로나19 한가지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며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더 커졌다”며 “코로나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즉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 같은 개혁은 제대로 안 하고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다가 무슨 양적 팽창이니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돈을 막 물었다”며 “그게 금융 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에는 잘 돌아오지 않았고 금융 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뇌관을 터뜨렸다”는 것.

따라서 “옛날처럼 돈 풀어서도 해결이 안 된다”며 “돈을 풀면 뭐하나, 나가서 사람들이 돈을 쓸 수도 없고 지금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안타가워 했다.

◇ 집값 폭락 등 IMF 때보다 더 심각할 듯, 증시바닥 아직 멀었다

진행자가 “1998년 IMF 때는 우리나라 집값이 3분의 1토막까지도 났었다, 전체적인 실물 경기가 추락했는데 그때보다 더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를 묻자 장 교수는 “그렇게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 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해가지고 부채가 엄청 많이 늘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 금융시장 교란이 오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이게 터졌다”고 했다.

또 장 교수는 주식 시장이 1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바닥이 아니라며 “더 밑으로 갈 것이다”며 “미국 연준위에서 이자율을 거의 제로로 내린다, 몇조 달러를 푼다 이래도 한 2시간 지나면 주식시장 다시 떨어졌다”는 점 등을 전망의 이유로 들었다.

◇ 트럼프 돈 풀어봤자 뭐하나, 나가 쓰지 못하는데…연말 돼야 회복이고 뭐고 그래도 V자회복 힘들어

장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성인에게 1000달러씩 지급’ 정책의 효율성을 의심했다. 그는 “실물 경제 자체가 돌아가지를 않으니까 트럼프가 1000불씩 나눠주겠다, 쇼핑 쿠폰 보내겠다고 하는데 보내면 뭐합니까? 나가서 쓸 수가 없는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돈을 주면 어느 정도는 쓰겠지만 (미국이) 한국같이 택배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기에 (쓸 환경자체가 안 돼 있다)”고 입맛을 다셨다.

장 교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 3개월 지나면 괜찮지 않겠냐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본다”며 “아무리 V자로 회복이 된다고 할지라도 미국, 영국 이런 데 병이 잡히려면 최소한 연말까지는 가야 (회복세를 보일까 말까다), 그다음에 V자도 되지도 않겠지만”고 향후 경제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 현금보다 세금· 전기값 감면, 기업 임금보조 등이 효과적…재정건전성 타령할 때 아닌 준전시상황

장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권 논쟁거리인 ‘재난기본소득’처럼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는 간접지원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 집세라든가 전기값, 수도값, 세금감면 등 그런 걸 도와줘야 된다”고 한 뒤 “기업들이 사정이 안 좋아서 해고해야 될 인원들을 해고 안 하고 데리고 있으면 그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를 해 준다든가”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총 노동 인구 한 25%로 유럽(15%), 미국(7%미만)보다 엄청 높기에 자영업자 대책이 굉장히 시급하다”며 “(국민들,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이 됐건 기본적인 공과금이 됐건 그런 걸 깎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행자가 “국채 발행 통해서 자금 충당하면 국가 채무 비율 올라가고 재정 건전성 타격 입을 수 있다”고 하자 장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 재정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게 건전하다, 우리나라 국채 비율이 국민 소득 대비해서 40% 좀 넘는데 유럽 대여섯 개 나라, 40% 안 되는 나라 빼고는 우리나라 제일 낮다”며 “지금은 거의 준전시인데 그렇게 보고 행동하면 재정 적자 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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