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만5000명에 근접했지만 국가적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치명률은 9.3%를 넘지만 독일은 0.38%에 불과하다. 독일의 우수한 의료 체계가 이 차이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보건당국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3일 독일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4873명으로 중국,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계 5위다. 그러나 치명률은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프랑스(4.2%), 미국(1.3%) 등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다.
전문가들은 우선 확진자의 연령대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격인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조사 결과 독일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47세로 80% 이상이 60세 미만이다. 이탈리아 확진자(평균 63세)보다 무려 16세나 어리다. 독일 초기 확진자 대다수는 2월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축제와 겨울방학 캠프에 방문했던 학생들로 알려졌다. 독일 유행병학자협회는 ‘젊은 확진자들은 면역력이 강해 코로나19에 걸려도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고 추론했다.
적극적인 검사도 중요한 요인이다. 독일은 중국, 이탈리아 등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원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하루 최대 1만50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 다른 유럽국은 보통 하루에 5000명 내외를 검사할 수 있다.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 치료를 할 수 있었고, 많은 확진자를 찾아내다 보니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의료 체계도 상당히 건실한 편이다. 독일 역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처럼 건강보험료 및 세금을 많이 내고 공공의료의 혜택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의료비에 쓰는 재원 자체가 안정적이다 보니 의료 인프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1인당 보건 예산은 5986달러(약 759만 원)로 프랑스(4965달러·약 620만 원), 영국(4069달러·약 515만 원), 이탈리아(3428달러·약 441만 원)보다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은 전국에 중환자용 병상이 2만8000개 있고, 이 중 2만5000개 병상에 인공호흡기를 구비했다. 인공호흡기가 3000개에 불과한 이탈리아와 대비된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도 독일은 8개로 유럽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독일이 한국, 이탈리아 등과 달리 사망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확진자 중 사망자만 통계에 넣은 것도 치명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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