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공단 ‘체육인재육성사업’
작년까지 227억 투입 전문 교육
프로축구단-FINA 입사 등 결실
올해도 57억 들여 현장진출 지원… 경력단절 여성체육인 과정 신설도
어릴 적 축구 선수였던 김형근 씨(26)는 프로 구단 입단이 꿈이었다. 하지만 프로행은 선택받은 극소수에게만 열린 길이었다. 김 씨는 프로 선수가 되는 대신 올해 1월 K리그2 서울 이랜드FC에 입사하면서 제2의 스포츠 인생을 살고 있다. 김 씨는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수는 아니지만 원했던 프로 구단에서 일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김 씨는 현재 마케팅팀에서 스폰서 유치와 사회공헌활동 등을 하고 있다. 그가 꿈에 이르게 된 데는 징검다리가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체육인재육성사업이다.
김 씨는 대학 졸업반이던 지난해 공단이 마련한 ‘챌린지 교육’에 참가했다. 체육 관련 전공자들을 위한 이 교육은 10주간 스포츠 이벤트와 마케팅, 스포츠 윤리와 인권, 스포츠리더십 등을 가르친다. 실제 업무에서 요구되는 문서 작성이나 스피치 요령 등도 배울 수 있다.
우수 수료자들에게는 스포츠 관련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준다. 김 씨는 우수 수료자로 뽑혀 3대3농구 마케팅을 하는 회사에서 3개월 동안 인턴 생활도 했다.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올해 1월 이랜드FC에 입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대학 1학년 때 운동을 그만둔 뒤 스포츠 의학을 전공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각종 실무 능력은 챌린지 교육에서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언 씨(33)는 스위스 로잔의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여성이다. 이화여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2011년 대한체육회의 도움으로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했다. 국제 스포츠 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에 도움이 된 것은 역시 공단이 마련한 국제스포츠인재 양성사업이었다.
2014년 공단의 여성스포츠리더 육성과정을 수료한 이 씨는 2015년 국제스포츠인재양성 해외학위 과정 지원을 받아 로잔에 위치한 국제체육아카데미(AISTS)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FINA에 입사했다. FINA 내 반도핑부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해 성공적인 대회 운영에 힘을 보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인재육성 사업이 국내외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까지 226억78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연인원 3만167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공단의 체육인재육성사업은 크게 스포츠분야 전문역량 강화, 여성스포츠인재 발굴 및 역량 강화, 체육계 취업·창업을 위한 역량강화 과정으로 나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대학탁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2016년 국제스포츠인재 양성사업 전문과정을 수료했다. 스포츠행정과 고급 영어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이 과정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05명이 수료했는데, 이 중 11명이 국제 스포츠기구에 진출했다.
공단은 올해도 현장 중심형 교육을 통하여 실무역량을 강화하고 현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총 5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2630명의 체육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조재기 공단 이사장은 “올해는 특히 경력단절 여성 체육인을 위한 DIA(Do It Again) 과정을 신설해 사회 재진입을 위한 종합적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위축된 취업시장 속에서도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체육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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