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조사 이래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폭은 줄었으나, 집주인들이 한동안 버티기에 나서면서 호가가 유지됐고 강북 등 저평가 지역에서 풍선효과로 일부 거래가 되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 하방압력이 갈수록 커져, 향후 주택시장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8억9864만원)보다 1337만원(1.49%) 오른 9억1201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9억원을 넘어선 것은 KB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8년 3월 처음 7억원을 넘어섰고, 당시 시장 과열로 인해 같은 해 10월 7개월 만에 8억원대에 진입했다. 고강도 규제인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집값은 한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12월 12·16 대책이 나오면서 상승세는 점차 둔화하는 분위기다.
12·16 대책 이후 집값 상승 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집주인들이 관망하며 한동안 버티면서 상승세는 유지됐다. 또 비강남권 저평가 지역이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평균값이 올랐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실제 지역별로 보면 강북(14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월 6억7891만원에서 3월 6억9411만원으로 1520만원(2.24%) 올라 상승 폭이 강남(11개구) 지역(10억9175만원→11억352만원, 1.07%↑)의 2배 이상에 달했다.
또 앞서 지난 1월 먼저 9억원대에 진입한 서울 아파트 중윗값(중간가격)은 3월까지 2개월간 596만원(9억1216만원→9억1812만원) 오르는 데 그쳤으나, 평균 매매가는 같은 기간 4205만원(8억6997만원→9억1201만원) 올라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전반적인 평균값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로 집값 하방압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주택시장은 다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37주 만에 보합(0%)을 기록해 상승세가 멈췄고, 이번 주에도 보합에 그쳐 마이너스(-) 진입을 목전에 뒀다. 서울 집값을 선도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이번 주 0.13% 떨어져 10주 연속 하락했다. 중개업소 호가 의존도가 높은 KB부동산 통계에서도 강남3구가 지난주부터 하락 전환해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암시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단지 지수인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지난달 114.5로 전월보다 0.13% 떨어져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해 집값 하락이 본격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최전방에 있는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집값 전망인 매매전망지수도 지난달 99.2로,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져 하락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연구원은 “월간 평균 매매가격의 경우 주간 시황 등에 후행해 아직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급변한 시장 분위기를 보면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강남3구 집값과 선도아파트지수, 매매전망지수 등 각종 지표의 하방압력이 커 향후 평균 매매가 등 서울 집값도 방향 전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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