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파는데 개미는 사들여… 개인 주식 순매수 한달만에 2배로
당국 “실물충격에 장기침체 가능성, 증시예측 어려워… 투자 신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점 매수’를 노리며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에게 금융당국이 경고장을 날렸다. ‘반등 기회가 온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뛰어드는 ‘묻지마식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시장은 널을 뛰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 지수를 나타내는 VKOSPI 지수는 올해 1월 말 19.3에서 2월 말 33.8로, 지난달 말에는 48.6으로 치솟았다. 그만큼 주식 전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저가 매수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는 과열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25조 원에 이른다. 1월 6조3000억 원에서 지난달에는 12조7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7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544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77% 오른 1,823.6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급반등한 기억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미들이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1894년 반외세·반봉건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라면서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들은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감원이 현재 증시 상황이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고 보는 이유는 실물경제 타격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가 금융시장에만 충격을 줬다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금융시장의 회복도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길 금감원 금융상품분석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충격이 금융시장에 다시 영향을 주고 금융이 다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 우려가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보다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감원은 또 높은 기대 수익률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높은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 기간과 자금 용도를 고려해 투자하고, 이른바 ‘몰빵 투자’나 ‘묻지마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출을 활용한 주식 투자는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소위 레버리지 투자는 높은 이자 비용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반대매매(주식을 강제로 팔아서 빌린 돈을 회수하는 것)로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40억 원이었던 반대매매 규모는 3월 180억 원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학운동과 달리 동학개미운동은 역설적으로 ‘외인이 내 물량을 언제 사줄까’ 하는 기대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며 “변동성에 기반한 주식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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