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여행객 급감 직격탄… 1상반기 10억달러 손실 예상
위워크, 상장무산에 직원 감염 악재… 투자 철회 소프트뱅크에 소송
우버-그랩도 차량 대부분 스톱… 공유경제 ‘큰손’ 손정의도 흔들
“가능한 모든 수를 다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공동창업자 겸 대표(CEO)는 최근 직원들과의 영상 회의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전한 에어비앤비의 현주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공유경제 기업들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위기로 공유경제 모델의 성장 신화에도 타격이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WSJ에 따르면 당초 에어비앤비는 올해가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4월경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었고, 기업가치는 최소 500억 달러(약 61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여행객들이 발길을 멈추면서 에어비앤비는 직격탄을 맞았다. 예약 취소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이용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에어비앤비는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5월 말 계약 분까지 환불금의 25%를 집주인에게 지원해주기로 했다. WSJ는 앞서 에어비앤비가 자금난에 몰린 나머지 사모펀드로부터 10%대의 높은 이율로 10억 달러를 빌릴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고급 호텔의 방역 지침에도 지갑을 열지 않는데 공유 숙박 수요가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공유 사무실 서비스기업인 위워크는 공유 사무실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위워크는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있는 위워크 뉴욕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개 층을 통째로 폐쇄했다.
지난해 상장이 무산되며 자금줄이 막힌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자 위워크는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투자 무산을 이유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30억 달러 규모의 위워크 주식을 공개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위워크가 미국 내 법적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철회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신에 따르면 우버는 미국 시애틀 등 주요 피해 지역에서 운행량이 70% 급감했고,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최근 고위 경영진의 급여를 20% 삭감해 그랩 운전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유경제의 ‘큰손’으로 불리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마저 흔들리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5일(현지 시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전펀드가 투자 중인 88개사 중 15곳이 파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는 위워크, 우버 등 신산업 투자 비중이 높다. 지난해 4분기(10∼12월) 2251억 엔(약 2조5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비전펀드 런던 담당 파트너와 미국 담당 파트너, 최고인사책임자 등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사퇴해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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