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5일 치러진다. 전 국민의 75%에 달하는 유권자 4399만4247명이 의원 300명을 뽑는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4102억 원. 선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인원은 55만 명에 이른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대부분의 선거용품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선거 때마다 내용이 바뀌기 때문이다. 선택은 재활용 밖에 없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차라리 선거 때 쓰이는 자원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번 선거로 사라진 나무만 23만 그루
1만3820t. 이번 선거에서 쓰이는 투표용지와 선거공보·벽보에 사용된 종이 무게다. 종이 1t을 생산할 때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15일 하루 치러지는 선거를 위해 베어지는 나무가 23만4900그루라는 계산이다. 이 나무를 모두 심어 숲으로 조성하면 경복궁 넓이의 1.8배, 국회 넓이의 2.4배 면적을 차지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이 중 투표용지가 치지하는 무게는 286t이다. 총 8700만 장이 제작되는데 이걸 모두 쌓으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높이와 비슷하고, 백두산 높이의 3.2배다. 한 줄로 놓으면 지구 둘레를 두 바퀴나 돌 수 있다. 64만 부를 제작한 선거벽보와 4억5000만 부를 배포한 선거공보는 1만3534t에 이른다. 바닥에 펼치면 농구장 4만3703개를 채울 수 있다.
현수막도 많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해당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에서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현수막을 제한수량까지 제작한다고 보면 약 3만580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사무실 외벽에 붙이는 대형 현수막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크기 제한도 없어 건물 벽면 전체를 덮을 정도로 제작하는 게 유행이다.
● 재활용률 높이기 비상
선거가 끝나면 쓰임을 다한 종이와 현수막 등이 대량으로 배출된다. 이달 초 환경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올바른 선거 인쇄물 분리배출 방안 홍보 및 폐현수막 재활용 지침을 배포했다.
가정마다 배달된 선거공보는 재활용품으로 배출할 때 제대로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자형 공보물은 종이류로 분리배출하고, 후보자나 운동원이 건넨 명함이나 비닐 코팅된 전단지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한다.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정윤섭 전무는 “손으로 찢었을 때 안 찢어지거나 비닐이 붙어있는 인쇄물은 종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편봉투도 겉면에 붙어있는 비닐이나 스티커 등을 제거해야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합성섬유인 현수막의 경우 철거는 후보자가, 수거 및 처리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9220t)의 재활용률은 33.5%(3093t)에 머물렀다. 대부분 소각 처리됐다. 환경부는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나 파우치, 포장용 마대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업을 통해 재활용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 “제도 개선해 쓰레기 발생 줄여야”
힘겹게 재활용률을 높이는 대신 선거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선거철에 과도하게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재활용이 아닌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며 “분리배출과 재활용이라는 ‘처리’ 단계에 머무를 게 아니라 ‘생산-유통’ 단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이 제시하는 개선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가정마다 배달하는 선거공보물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선거벽보와 우편 공보물에 재생용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현수막도 재활용 비율을 정해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또 아직 규격과 수량에 제한이 없는 선거사무실 외벽 현수막의 사용도 제한해 무분별한 자원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색연합 측은 “20일까지 ‘쓰레기 없는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관위와 환경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2022년 선거에선 개선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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