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멸적 참패, 패닉 빠진 통합당…회의도 논평도 없이 ‘당무 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6일 21시 27분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4·15총선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16일 하루 종일 패닉 상태였다. 대부분의 당직자는 당무를 놓았고, 대변인들은 논평을 내지 않았으며, 당선자들도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로 당 지도부의 동반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당이 정상 기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패닉 빠진 통합당

통합당은 이날 오전 당 회의실에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사실상 공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하루를 보냈다. 황 전 대표가 전날 사퇴하고 최고위원 7명 중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을 제외한 6명이 낙선하면서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가 빚어져서다.

최고위원회의 등 매일 열렸던 지도부 회의는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하루에 10여 건이나 쏟아지던 논평도 김성원 당 대변인이 오후에 발표한 세월호 참사 추모 메시지 한 건에 그쳤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7일 지도부와 당선자들의 현충원 참배 일정을 내놓은 반면 통합당은 17일 선대위 해산식 외에 별다른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제1야당이 사실상 당무 정지 상태에 빠진 셈이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박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현 정권 심판이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정서를 무시하고 실망시킨 통합당 심판이 주 이슈가 돼버렸다”고 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경 의원은 황 전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탈당! 정계은퇴! 아니 그 이상의 엄중한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집권세력의 ‘폭망’을 쳐다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주변세력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냉철한 정치 현실을 똑바로 읽는 것이 먼저”라고 한탄했다.

○ 정상화까지 상당 시일 걸릴 듯

당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 당헌·당규상 대표가 사퇴하면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는다. 2016년 새누리당 시절 4·13총선에서 패배한 직후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고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사례가 있다.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당대회를 열고 이정현 대표를 선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재철 원내대표가 낙선해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가 쉽지 않다. 지도부 총사퇴 가능성도 있어 4년 전 수습책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석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이 대표 권한대행을 맡거나 당 안팎의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세워 비대위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5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안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많은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힘을 합쳐서 대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 ‘무소속 4인방’의 복당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황 전 대표가 복당 불허를 선언했지만, 한 석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새 지도부가 이들의 복당을 허용할 거란 관측이 많다. 권 당선자는 16일 바로 복당을 신청했다. 유승민 의원이 당 수습을 주도할 거란 전망도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