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고용보장을 전제로 임금을 동결한 독일을 일종의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감이 커지는 자동차 업계에서 국내 자동차 노조의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가 ‘위기극복’을 우선시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사내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사례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는 만료를 앞둔 임금협약을 연말까지 연장해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협약’을 체결했다. 사측은 12월에 주던 크리스마스 휴가비를 12개월로 나눠 매달 지급해 독일 연방고용청에서 받는 조업단축급여 산정 기준을 인상해주는 효과를 내게 했다. 독일 정부는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들어 사업장의 3분의 1 이상 근로자에 임금손실이 생기면 손실분의 60~67%까지 보전해주는 조업단축급여를 주고 있다.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에는 사측이 1인당 46만 원 규모의 기금을 적립해 조업단축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노동자에게 우선 지원하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이같은 협약이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차 노조에서는 수요가 높은 팰리세이드와 그랜저 등의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 등도 고민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식 위기협약을 조합원들에 소개한 것도 이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회사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이른바 ‘실리 성향’으로 분류되는 집행부가 출범한 현대차에서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위기 극복을 중심에 놓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부품 수급과 수출 물량 문제로 휴업이 필요한 시점 등에서 불협화음 없이 노사가 합의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