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한 ‘한울이’ ‘코아’ 2마리
서울대공원 1년 작업끝 공개
윤지나 박제사 “역동적 모습 연출”
박제로 재탄생한 시베리아호랑이 ‘코아’(왼쪽)와 ‘한울이’. 서울대공원 박제사 윤지나 씨(오른쪽)는 동물적인 특성과 거주 환경을 잘 살리기 위해 눈밭 위를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왼쪽은 함께 작업한 임동섭 씨. 서울대공원 제공
매서운 눈빛의 호랑이가 아랫니를 내보이며 눈밭에서 튀어 오른다. 살짝 굽어 있는 목과 어깨, 꼿꼿이 핀 허리는 높게 튀어 오르기 위한 호랑이의 전력(專力)이 느껴진다. 왼쪽 앞발은 당장 사냥감을 덮칠 듯 앞으로 뻗어 있다.
서울대공원은 시베리아호랑이 두 마리를 박제해 17일 공개했다. 두 호랑이는 15, 16년가량 대공원에서 사육되다 2016년과 2018년 자연사한 ‘한울이’와 ‘코아’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자연사한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을 박제한다.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고증해 동물 박제를 만든다”고 말했다.
한울이와 코아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은 서울대공원의 박제사 윤지나 씨(32·여)가 맡았다. 윤 씨는 “시베리아호랑이의 특성을 살리고 싶어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며 “평소 눈밭에서 놀던 모습과 해외 영상 등을 참고해 호랑이의 동적인 모습을 관찰했다. 해부학 자료 조사에만 1, 2개월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포유류 동물의 박제는 내장을 제거한 뒤 냉동된 사체를 녹여 가죽을 벗기고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동시에 가죽을 씌울 동물 마네킹을 제작한다. 마네킹이 완성되면 가죽을 씌우고 봉합한 뒤 2∼3개월 건조한다. 이후 털 정리와 색 보정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박제가 완성된다. 통상 작은 참새는 하루, 쥐는 사흘 정도 걸린다. 호랑이 같은 큰 동물은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이번 시베리아호랑이의 박제 작업은 1년가량 소요됐다. 박제를 해내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윤 씨는 “보존 처리를 하고 있었지만 먼저 죽은 한울이보다 코아가 부패가 더 진행된 상태였다. 털이 빠진 부위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윤 씨는 2011년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박제사 업무를 처음 맡았다. 국내 박제사 국가자격증 보유자는 50명이 넘고 20여 명이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 국가자격증이 없어도 박제는 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에 채용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윤 씨는 박제를 배우러 미국 교육기관에도 다녔고 서울대공원에는 2015년 들어왔다. 윤 씨의 대학 전공인 조소는 박제 작업에서 큰 자산이 됐다. 동물의 자세에 따라 생동감이 크게 달라지는데 오랜 기간 쌓아온 구도 감각과 도구 활용 능력이 큰 도움이 됐다. 조소에서 많이 쓰이는 캐스팅 기법(본을 뜨는 작업)은 박제에도 활용된다.
윤 씨는 “살아있는 야생 동물은 멀리서만 볼 수 있지만 박제된 동물은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 동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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