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압승 이후]
작년 11월 ‘黨의 몰락’ 미리 경고했던 김세연이 진단한 보수정치 재건의 길
“생물로 치면 자연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처럼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멸종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을 해산하는 건 아직도 유효한 처방이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해산을 주장해 보수진영에 충격파를 던진 김세연 의원(사진). 이번 총선 참패로 결과적으로 6개월 전 예측이 맞게 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통합당 ‘폭망’을 전망하고 황교안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를 가장 먼저 주장해 당 안팎에서 ‘김스트라다무스’란 별명도 얻었다. 그런데 그는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며 또 다른 ‘예언’을 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책을 한다”며 보수정치가 몰락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나름의 해법을 풀어놨다. ―당은 김 의원의 ‘극약 처방’을 수용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총선 결과는 참담했다.
“당 해체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선 결과는 예고된 참사였다. 당 해체 주장만 해도 나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다. 당 밖에선 호응을 했다. 그런데 당 안에선 (나를 비판하는) 아주 격앙된 반응들을 보였다. 당 전체가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현실 인식이 완전히 다르니까 진단이 잘못됐고, 이상한 처방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며 한국의 보수정치와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과거에 안주하거나 각자의 환상 속에 빠져 ‘꼰대 짓’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은 우리 당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숙청과 친박(친박근혜)계 비주류조차 숙청된 20대 총선 공천에서부터 당은 다양성이 사라졌고, 대통령 탄핵 등 늘 잘못된 길로만 접어들었다. ‘우파 전체주의’의 회로가 작동한 결과 변화된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됐다. 상당수 당원은 자기들만의 환상 속에 살게 됐고, 극우 유튜브 채널들이 그 환상을 강화하고 증폭시켰다. 이번 총선으로 이제야 환상이 깨진 것이다.”
―지난해 ‘꼰대 정당 탈출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황교안 전 대표가 거부했나.
“여의도연구원장 시절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을 정당이 되기 위해 방안을 들어보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내가 지난해 6월 황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론을 꺼내고 나서는 황 전 대표 측에서 계속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면서…(유야무야됐다).” ―당 해체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논의되고 있는데….
“최근 한 비대위 구성만 서너 차례 반복했던 것 같다. 그걸 한 번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그나마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신다는 논의가 있다가 지금 다시 그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기류가 있다. 황 전 대표가 물러났는데 다른 지도부는 그대로이며, 아직도 자신들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 인식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게(총선 패배)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구체적인 당 해체 프로세스는 생각해 둔 게 있나.
“통합당 당헌을 보면 전당대회 권한으로 당 해산 의결권 한 줄만 규정돼 있다. 당 재산의 국고 귀속 문제 등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헤쳐 모여 하고 경쟁해서 대선에서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21대 국회에서 개헌 저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폐기돼야 할 자들이 폐기되지 않아 오늘의 불행이 찾아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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