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감지-폐수 재처리 등… AI-빅데이터 기술 접목 나서
조경목 사장 “정유사업 딥체인지”… 글로벌 정유사들도 ‘디지털’ 박차
국내 정유업계 1위 업체 SK에너지가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한다. 국제 유가 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감소 등 외부 변수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는 것이다.
SK에너지는 19일 디지털 중심의 사업 전환을 위한 3대 전환(운영 효율성·친환경·서비스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사진)은 14일 본부장급 이상 임원이 참여하는 월간 회의 ‘행복 디자인 밸리’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정했다.
조 사장은 “코로나19 확산 등 이제껏 겪지 못한 최근의 위기 상황은 일반적인 변화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기존 정유 사업의 한계를 넘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SK에너지는 핵심 생산 거점인 울산콤플렉스(CLX) 내 모든 원유 정제 공정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직원이 시간대별로 직접 현장에서 유해가스가 유출되는지를 측정했지만 앞으로는 별도의 감지기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서면으로 제출하고 직접 승인을 받아야 했던 공정 작업 허가서 작성 등도 모바일 전자서명으로 대체해 기존 1시간 이상 걸리던 과정을 30분 이내로 단축한다. 원유를 공장에 들여오고 정제한 뒤 각 지역에 내보내는 물류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제품 재고를 최소화하며 보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업체들도 최근 들어 생산 효율과 공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채택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스페인 렙솔은 디지털 전환 전략을 통해 5년간 총 10억 유로(약 1조32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셰브론 역시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해 연간 2억 달러(약 2400억 원)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 역시 앞으로 매달 주요 임원 회의에서 디지털 전환 전략 추진 현황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효과를 추산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공장 폐수를 재처리하는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정화 효율을 높이는 등의 친환경 디지털 전환 전략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전국 3000여 개 SK에너지 주유소에 자동차의 주유, 물류, 세차, 주차 등의 서비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공정은 이미 대부분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여기에 새로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해 공정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이겨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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