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포스트 총선’ 정치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경쟁이 불가피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출신 ‘문돌이’들이 ‘신(新)친문(친문재인)’으로 불리며 기존 ‘친문’의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계 당선자들도 눈에 띈다. 당선자 전체의 40%가 넘는 68명의 초선이 어떻게 뭉칠지도 관심사다.
우선 총선을 이끌며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힌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NY(낙연)계’가 수면으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그간 당내 계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이 전 총리는 총선을 거치면서 이전보다 우군을 더 확보했다는 평이다. 현역 의원 중에는 동교동계 막내 격인 설훈 의원(경기 부천을·5선)을 비롯해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3선), 오영훈(제주 제주을·재선) 등이 ‘이낙연계’로 분류된다.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은 38명 후보 중 22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는데,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소영 당선자(경기 의왕-과천)를 비롯해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이탄희 당선자(경기 용인정)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에서 승리한 27명의 후보 중에서는 서동용(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오섭 당선자(광주 북갑) 등이 잠재적 ‘NY계’로 분류된다. 민주당이 이 전 총리가 이끌던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를 해체하지 않고 당분간 운영하기로 해서 당내 기반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1대 국회에는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서울시 출신 인사들도 대거 합류하면서 박 시장의 향후 대선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인순(서울 송파병) 박홍근(서울 중랑을) 기동민(서울 성북을) 등 현역에 더해 김원이(전남 목포·전 정무부시장)와 천준호(서울 강북갑·전 비서실장), 윤준병(전북 정읍-고창·전 행정1부시장) 등 7명이 추가돼 ‘박원순계’는 10여 명으로 분류된다. 박 시장은 조만간 새로 입성한 서울시 출신들도 한자리에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선자는 “박 시장이 총선을 앞두고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출판기념회 등에 참석했다”며 “박 시장의 원내 영향력이 이전보다 강해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초선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뭉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장경태 당선자(37·서울 동대문을) 등 2030세대 당선자 6명은 17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따로 회동을 갖고, 청년 중심 의제들을 적극 발굴해 공론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조만간 당 기준 청년(만 45세 이하) 당선자 20명에게 공문을 보내 모임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당내 청년 관련 활동을 주도했던 김병관, 김해영 의원이 모두 낙선하면서 원내 구심점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청년 의원 모임을 중심으로 원내 활동을 새로 계획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출신 초선 15명은 ‘신친문계’로도 분류되고 있다. 윤건영(서울 구로을·전 국정기획상황실장), 윤영찬(경기 성남 중원·전 국민소통수석), 정태호(서울 관악을·전 일자리수석), 고민정(서울 광진을·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비문 계열 한 의원은 “당내 친문 파워는 더 커지는 반면에 비주류의 목소리는 그만큼 더 작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