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19가 아니다” “무슨 약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행동에 옮겨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거짓 정보는 사람들을 기만해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는 7일부터 이틀에 걸쳐서 정보전염병에 대한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이란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 믿을 만한 정보와 지침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해서 만든 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유언비어를 포함한 온갖 정보가 사람들을 미혹한다. 최근에는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발달 때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정보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에 호응해 전 세계에서 1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제네바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연구실과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참석해서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발표자들은 전 세계의 거짓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하는 눈부신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배포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는 각 나라의 정부, 전문가, 언론이 협력해 정보전염병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전문가와 기관만을 위한 대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거짓 정보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감염병 마음건강 지침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판단력을 갖춰 스스로 거짓 정보를 물리치고 올바른 정보를 도움이 되는 만큼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해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전염병을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사람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전문가, 언론은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낱낱이 밝혀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거짓 정보와 정보 홍수에 취약한 그룹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노인과 아이가 정보전염병에 취약하다. 잘못된 건강정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재난 상황에서 어른들이 당황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시당하기 쉽다. 왜곡된 정보는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을 방해한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장에서 필자는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건강정보에 관한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 정보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이제 삶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모든 사람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검증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부터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해 왔다. 우리는 이제 건강을 정의함에 있어서 정보 측면으로 안녕한 상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정보 건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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