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한국이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으나 내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 최고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부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한국 측의 추가 증액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협상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본보가 보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4대 시나리오 검토’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한국에 현재의 불공평한 상태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한국의 13% 인상안을 담은 양국 협상팀의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그는 “따라서 이는 (주한미군)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기여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한국은 텔레비전 세트와 선박과 모든 것을 만드는 부자 나라”라고 덧붙였다. 당장 주한미군을 감축할 계획은 없지만 잠정 합의안을 넘어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이날 그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 실무자들은 한국 압박 차원에서 규모별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담은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 것을 다시 꺼내들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했던 끔찍한 협상을 다시 해서 훨씬 더 공평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의 관계는 훌륭하지만 그것은 공평하지 않은 관계”라고도 했다. 또 “군사 분야로 보면 우리는 1500마일이나 떨어진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며 “훌륭한 나라를 방어해주고 있지만 그들은 매우 적은 돈을 내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이어 “우리는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을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이뤄질 일”이라고 강조했다. “꽤 빨리 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양 측이 조만간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국이 지난해 8.2% 인상에 이어 올해 다시 두 자리 수로 올린 것은 한국으로서는 최선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며, 그 이상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연말 대선까지 앞두고 정채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점이다.
반면 미국 측 협상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언급한 한국의 추가 증액 지시를 외면한 채 연말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총액이 문제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한국 측의 간접기여 같은 부분을 들이밀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정상급의 결단 없이는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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