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유럽에서 스마트폰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거세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등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가짜뉴스로 기지국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는 모바일앱을 이용한 감염자 추적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BBC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영국 곳곳에서 50건 이상의 5G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바이러스가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주파수를 타고 확산된다’ ‘전파가 인간의 면역 체계를 파괴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지국과 송전탑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 동영상은 아예 통신장비를 불태우는 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올해 1월 한 벨기에 언론은 “5G와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많은 의학 전문가들이 거짓이라고 비판한 후 해당 기사가 삭제됐지만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5G의 환경오염을 경고해온 미국 배우 우디 해럴슨, 영국 가수 앤 마리 등이 이 소식을 언급하면서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트위터에 “바이러스는 이동통신망이나 전파를 통해 움직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각국 보건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방화로 통신체계가 마비되면 코로나19 등 응급환자 진료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포이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국장이 BBC에 출연해 “응급 의료에는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1일 프랑스 의회는 ‘스톱코비드’(Stopcovid)란 모바일앱을 통해 감염자 정보를 확인하는 방안을 조만간 표결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하면 자동적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는 앱이다. 정부는 ‘전국 이동제한령이 풀리는 다음달 11일 전 의회 승인을 얻어 앱 보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16일 유럽 최초로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을 출시했다. 감염자와 2m 이내 거리에 15분 넘게 있었을 때 경고 알림을 보내준다. 덴마크 역시 1~2m 이내 감염자와의 접촉을 감지하는 앱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위치추적 앱을 도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독일 역시 이를 위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일 “한국이 시행한 감염추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감염자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남용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6일 “이런 앱은 자발적 설치와 익명 정보가 중요하다”며 신중한 사용을 당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유럽에서 위치추적 앱이 사회적 불신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후 감시 기술이 확산될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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