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향의 미소녀들을 수집하는 재미를 강조한 서브컬쳐 장르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인기 장르 중 하나다.
대부분 수집형RPG 기반이기 때문에 MMORPG 만큼 개발 난이도가 높지 않아 중소 게임사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며, 뛰어난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매출 상위권은 아니더라도 중위권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특이한 점은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 전파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아무런 인지도가 없는 신작이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인기작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으며, 하위권으로 내려갔다가도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 하나로 갑자기 순위가 급상승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소녀전선이 처음 등장한 3년 전만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신작들도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져 단순히 예쁜 미소녀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는 주목받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은 그 어떤 장르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원하는 바를 정확히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상위권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하기 쉽다.
한 때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카카오게임즈를 ‘게임의 신’으로 만들어준 뱅드림과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를 보면 마니아들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운영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뱅드림은 리듬 액션 장르의 특성상 출시 당시 기대했던 만큼 매출 순위가 높지는 않았지만, 게임 입장과 종료 시 “어서와, 잘가” 등의 한국어 인사말을 일본 성우가 직접 녹음하고, 캐릭터 아리사 특유의 톡톡 튀는 난해한 말투 역시 한국의 신조어와 구어체를 활용해 적절히 번역하는 등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호평 받았다.
특히, 낮은 매출 순위에도 불구하고 한국 서비스 1주년 독점 일러스트를 공개하고, 걸그룹 여자친구와의 콜라보를 시행하는 등 이용자들이 오히려 깜짝 놀랄 정도로 정성어린 운영을 보인 덕분에 카카오게임즈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뱅드림에서 보여준 정성은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의 대폭발까지 이끌어냈다. 이전까지 선보인 미소녀 게임들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성실한 운영을 보여준 것이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의 기대치를 올려줬으며,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도 기대 이상의 완벽한 현지화로 극찬을 이끌어낸 것.
단순히, 언어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쿠루미" 라는 캐릭터가 발음 연습을 '아이우에오'라고 하는데 이것을 '간장공장 공장장'으로 의역하는 등 일본 현지 특유의 사투리, 말장난까지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한국식으로 표현했으며, 각종 이벤트 화면도 일본판 글씨체까지 고려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번역하고, 번역한 대사와 캐릭터 입모양의 싱크까지 맞추는 정성을 보였다. 눈에 확 띄는 부분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아직 한국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기대되는 이벤트도 있다. 일본에서 먼저 진행된 드래곤즈 익스플로러라는 이벤트에는 노출되는 이미지를 보고 끝말잇기를 하는 미니 게임이 존재하는데, 한글로 번역하는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항상 기대 이상의 현지화 실력을 선보여준 카카오게임즈가 이 이벤트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소 게임사 스마트조이를 유명 개발사로 만들어준 라스트오리진의 경우도 흥미롭다. 서버 불안, 선정성 문제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서비스 중단 등 각종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서비스 중단, 재출시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게임인 만큼,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마니아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이제는 국산 미소녀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미소녀 게임이라고 미소녀들만 주구장창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메카닉 유닛을 다수 선보여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미소녀 캐릭터보다 더 열광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과거 한빛소프트 시절 스쿼드플로우,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라진 비운의 게임인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혼에서 인상적인 일러스트로 주목을 받았던 장우석 아트 디렉터의 실력이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마니아들은 단순히 미소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매력적인 캐릭터에 열광한다.
반면에, 이용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소홀해서 비판을 받는 게임들도 있다. 넥슨의 카운터사이드는 클로저스로 유명한 류금태 PD의 신작이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으며, 출시하자마자 상위권에 오르면서 미소녀 게임 흥행 계보를 잇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현재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순위도 계속 하락세다.
수준 높은 일러스트와 과금 스트레스를 낮춘 게임성 등 매력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게임플레이에서 지나친 노가다 강요, 심각한 재화 부족 현상, 인간형과 메카닉 유닛의 밸런스 등 계속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인기 게임들에 등장했던 함선 디자인과 유사성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으며, 이번에 야심차게 선보인 레이싱걸 스킨 역시 이전보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신지아의 손이 깃대를 통과하고, 에리어스의 오른쪽 다리가 인체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위치에 존재하는 등 디테일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돼 불만을 사고 있다.
서브컬쳐 문화에 거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마니아들이 이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대충 작업했다면,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물론,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통해 과거의 인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카운터사이드 개발진 역시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계속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보고 있다.
다만, 과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미소녀 게임 장르를 이끌었던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은 지난해 7월 보안 이슈와 과도한 과금 유도가 논란이 되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00위권까지 하락하는 굴욕을 겪었다가, 다시 회복하는데 몇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기 게임에 등극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고, 다시 회복하는 것은 처음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넥슨은 카운터사이드 이후에도 넷게임즈의 신작 프로젝트 MX로 서브컬쳐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카운터사이드가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카운터사이드로 얻은 교훈이 프로젝트MX에는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