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다시 광주 법정에
재판부 “공소사실 인정하느냐” 묻자 전두환 “그런 무모한 일 사실 아니다”
5·18단체들 법원앞서 “구속하라”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27일 다시 법정에 섰다. 지난해 3월 출석한 뒤 약 13개월 만이다. 그 뒤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장이 바뀌면서 인적사항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재판은 27일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약 3시간 25분간 진행됐다.
전 전 대통령은 ‘검사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청각 보조 장치를 착용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잘 들리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한 부인 이순자 씨(81)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했다. 이후 자신의 변호인이 자료를 제시할 때는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재판 내내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재판 때처럼 잠들다 깨기를 반복했다.
검사와 변호인은 1995년 검찰 조사와 5·18 당시 광주에 파견됐던 군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995년 검찰 스스로 헬기 사격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사안임에도 검찰이 한마디 해명도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검찰 결정문을 보면 헬기 사격 주장이 있었지만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내란 범죄로 기소하지 못했다”고 했다. 변호인 측이 “군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자 한 방청객이 “그러면 광주시민은 누가 죽였나.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다 퇴정당했다.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이 알려지자 5·18 관련 단체는 법원 앞에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죄수복을 입은 전 전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묶여 있는 모습을 한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법원 정문 앞에 설치했다. 하얀 상복을 입은 5·18 유족들은 플라스틱 방망이로 이 동상을 때리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6월 1일 열린다.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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