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과 봄 한반도는 최악의 미세먼지에 휩싸였다.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수도권에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2차례 내려졌다. 3월에는 7일 연속 발령됐다. 사상 처음이었다. 이때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m³당 12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과 135μg 등 2차례나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4월 말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실제 관측 결과도 그렇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지난해 12월∼올해 3월) 초미세먼지를 놓고 보면 4개월간 한국의 m³당 평균 농도는 지난해 33μg에서 올해 24μg으로 27% 낮아졌다. 그 원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찾는 전문가가 많다. 경제·사회 활동이 멈추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교통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김준 교수(56·대기과학과)를 만났다. 그는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대기과학자다.》
―정말 한반도 공기가 맑아졌나.
“그렇다. 천리안1호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현한 이미지를 보면 올 1∼3월 중국은 산둥반도가 특히 선명하게 파랗다. 한국도 전체적으로 파란색이다. 파란색이 진할수록 대기질이 좋다는 걸 의미한다.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원이 거의 없는 서해 같은 바다도 새파랗게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이 맞나.
“단언할 수 없다. 다만 기상 데이터와 위성자료 등을 감안하면 어떤 영향이든 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전체적인 바람 방향 등에 큰 변화가 없는 걸 감안해도 그렇다. 배출 감소는 계절관리제 영향도 있다.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줄이고 대형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도 줄였다.”
―한국의 대기질은 좋아지는 건가, 나빠지는 건가.
“2011년부터 보면 분명히 오염물질이 줄어드는 추세다. 해마다 한국의 에어로졸 농도를 AOD(에어로졸로 인해 투과되는 빛이 줄어드는 정도. 높을수록 에어로졸 농도가 높음)로 분석했다. 연평균 AOD가 2011년 0.418에서 2019년 0.299로 낮아졌다.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로 보면 m³당 연평균 농도는 2011년 46.9μg에서 2019년 41.4μg으로 줄었다.”(초미세먼지 측정은 2015년부터 시행됐다)
―대기질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국내외 위성 관측 자료를 종합하면 1990년대 이후 아황산가스(SO₂)가 크게 줄었다. 무연탄 등 고체연료 사용을 규제한 덕분이다. 저유황유 비중이 높아지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도입된 영향도 크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이산화질소(NO₂)도 마찬가지다. 이산화질소 농도는 점차 증가하다가 2007년부터 서서히 줄고 있다. 자동차는 계속 늘어났는데 이산화질소가 줄었다는 건 배출 규제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걸 뜻한다.”
―주변 나라의 대기질은 어떤가.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를 놓고 보면 중국과 일본 모두 줄어들고 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농도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의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모두 확연하게 줄고 있다. 단, 이건 상대치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의 배출량이 2011년에 비해 2018년에 많이 줄었다는 것이지, 여전히 한국과 일본보다는 높은 수치일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한국과 중국보다 낮다. 그런데도 2011년 대비 2018년 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들었다. 우리도 노력하면 더 줄일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에서 히말라야산맥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기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란 걸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대기오염은 국지적 문제였다. 오염물질 발생원 규모도 작았고, 인구 밀도도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글로벌 문제가 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 감시에 위성 관측이 큰 도움이 된다. 전 사회적 변화가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계기도 되었다.”
올 2월 한국은 천리안2B호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은 한반도 3만6000km 상공 정지궤도에 안착했다. 위성에는 대기 중 오염물질을 추적하는 센서인 환경위성탑재체가 실려 있다. 바로 젬스(GEMS)다. 내년 초부터 하루 8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26개국의 이산화질소와 아황산가스,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고 추적한다. 김 교수는 환경위성탑재체 알고리즘 개발 연구단장이다. 젬스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오염물질의 특성을 파악해 농도와 흐름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대기오염물질은 지상에서도 관측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지상 관측을 통해 해당 지역 오염물질의 특성과 농도를 정밀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상 관측망을 촘촘히 세우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외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추적하려면 바다 위에 관측망이 있어야 한다. 바다 위에서 안정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북한과 주고받는 오염물질 영향이 작지 않은데, 북한 내 대기오염물질 측정 자료가 없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위성이다. 위성을 이용하면 국경 없이 지구를 보면서 오염물질의 발생과 이동 경로, 분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천리안2B호가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 오른 환경위성’이라는데….
“기존에 있던 환경위성은 저궤도(상공 250∼2000km)에서 지구를 돈다. 하루에 한 지점을 한 차례 지나간다. 저궤도 위성으로 한국의 대기 상태를 보려면 이렇게 하루에 한 차례 나오는 데이터를 봐야 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기도 힘들었다. 반면 천리안2B호는 한반도 상공에 머물며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의 발생과 변화를 시시각각 추적한다. 알고리즘의 역할은 백화점 쇼윈도를 상상하면 쉽다. 시야를 불투명하게 하는 유리창과 깜빡이는 조명, 장식품, 각종 배경을 알고리즘으로 모두 지우고 상품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지역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을 시간대별로 추적할 수 있는 위성을 가진 건 한국이 처음이다. 2, 3년 후 같은 정지궤도 환경위성을 발사하려는 NASA와 ESA에서도 관심이 많다.”
―천리안2B호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
“정확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디서 어떤 오염물질이 나오는지 계속 지켜볼 수 있으니까. 예를 들면 이산화질소는 수도권과 부산 등 도심에서 여전히 많이 관측된다. 대기 중에서는 멀리 가지 못한다. 도심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다는 건 더 줄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 발생부터 이동까지 추적할 수 있으니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주장을 밝힐 때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2001년에 있었던 일이다. 아시아의 황사가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일이 있었다. 황사가 발원해 바다 건너 대륙까지 영향을 미친 일인데, 위성에 포착돼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 장거리 이동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재미있게 비유하자면 화장실에서 나올 때 남이 보고 있으면 손을 씻는 사람 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대기를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주변 나라들도 더 신경 쓰지 않을까.”
―미세먼지가 줄어들면 위성의 역할도 끝나나.
“아니다. 대기에 대한 관심사는 계속 바뀐다. 2000년대 초반에는 황사가 큰 이슈였다. 황사로 미세먼지(PM10) 농도가 올라가서 전국 학교들이 휴교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초미세먼지가 더 심각하다. 아마도 이후에는 대류권 오존(O₃)으로 관심사가 넘어갈 것 같다. 기후변화 유발 물질인 오존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구가 온난화하면 대기의 상태가 계속 바뀐다. 이걸 제대로 감시해야 정확한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알고리즘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10년 전엔 황사, 지금은 초미세먼지…. 10년 뒤엔 어떤 오염물질이 문제가 될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 서울대 대기과학과 졸업
△ 미국 미시간대 대기과학 석사, 대기 우주과학 박사 △ 1991∼2003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우주기술연구부 선임·책임연구원 △ 2003년∼현재 연세대 대기과학과·지구환경연구소 교수 △ 2012년∼현재 환경위성탑재체 알고리즘개발 연구단장 △ 2015∼2016년 연세대 자연과학연구원 부원장 △ 2019년∼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 과학기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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