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이상설]美-러 언론, 엇갈린 보도
NK뉴스 “사재기는 코로나 때문”
북한 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퍼지면서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고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을 집중 취재한 내용의 평전 ‘마지막 계승자’의 저자인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평양에 사는 북한 엘리트들도 김 위원장의 생사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평양 주민들은 세제와 쌀, 술, 생선 통조림, 담배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며, 북한 내 열차와 북-중 접경지역의 중국 동북 지방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에서 채소, 밀가루, 설탕 등 다양한 물품에 대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사재기 현상이 김 위원장의 건강보다는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내에서는 아사히신문 보도대로 중국 의료진 50명이 방북했다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27일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공했다”며 “진단키트와 의료진은 다른 개념”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른 중국 소식통은 “보도내용에 대해 복수의 중국 당국자들은 부인하고 있다”면서도 “고려항공 AN148기가 23일 오후 베이징에서 출발해 저녁에 평양에 도착했다는 비행추적 정보를 갖고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평양 특파원이 전한 기사에서 “평양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카페와 식당, 가게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상점 앞에 평소보다 긴 줄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북한도 ‘외곽 여론전’에 나섰다. 북한 선전매체 ‘서광’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친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은 24일 평양의 한 백화점에서 촬영했다는 영상을 25일 게재했다. ‘사재기, 사실인가 거짓인가’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 일부 주민은 “잘 나가는 상품도, 안 나가는 상품도 있지만 모자란 건 없다” “오히려 저렴해진 물건도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AP통신에 “김 위원장의 건강에 관해 최근 추가로 나오는 소문들은 관련 정보가 추측에 불과하다는 미국의 평가를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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