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vs 비영남…통합당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신경전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일 19시 31분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4.28/뉴스1 © News1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4.28/뉴스1 © News1
다가오는 8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마선언이 이어지면서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을 뽑는 본격 레이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영남 vs 비영남’으로 나뉜 다선의원들 간 당내 구도 문제와 정책위의장 파트너 구하기 등으로 ‘눈치 싸움’이 벌어지면서 판세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일단 충남지역 의원인 이명수, 김태흠 의원이 먼저 공식 출마의사를 밝혔다. 3선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처절한 반성과 혁신뿐”이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자강론’을 주장해왔지만 “‘김종인 비대위’로 의견이 모이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했다. 4선 이명수(충남 아산갑) 의원도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념 대결을 벗어나 국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원내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대선 일정을 고려해 비상대책위원회 대신 전당대회를 열어서 당의 체질개선을 하고 기초체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두 의원 모두 영남권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6일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는 10명 안팎이지만, 공식 출마의사를 밝힌 건 현재까지 2명뿐이다. 총선에서 통합당이 싹쓸이한 영남 지역과 ‘폭망’한 수도권 의원들 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권에서는 “영남이 중앙정치 무대에서도 주류가 돼야 한다”는 반면, 수도권에선 “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하고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루겠느냐”며 견제론이 부상하고 있다.

때문에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는 4선 이상의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 김기현(4선·울산 남을) 권영세 당선자(4선·서울 용산)의 ‘교통 정리’가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은 저마다 출마를 고심하며 정책위의장 후보와 출마 선언 시기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들은 이르면 4일 출마선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진 당선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4선·부산 사하을)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4선 이상 의원들끼리 이날 저녁 당 진로모색을 위한 만찬회동 등에서 출마 여부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김기현 당선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영남 지역구에서는 ‘영남에서도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서가 강하다”며 “다만 중진의원들이 자리다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출마 선언 전 교통정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권 당선자는 “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 쇄신의) 명분은 (영남보다) 수도권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당선자는 영남권 포섭을 위해 조해진 당선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4선 이상 의원 3명이 모두 출마하게 된다면 정책위의장을 누구로 선택하느냐에 다라 판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과 김 당선자는 정책위의장으로 수도권·충청 인사를, 권 당선자는 영남권 인사를 물색 중이다. 수도권, 충청권의 경우 영남 재선 이상 의원을 옵션으로 둘 수 있어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영남권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도권·충청권 의원 수가 적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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