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장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동선 및 근태 관리를 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근무가 본격화되자 인력관리가 자칫 감시로 오해받을 수 있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 이후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율근로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내 A 대기업은 최근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회사 근무를 재개하면서도 상시적인 ‘디지털 워크’를 적용한다고 밝히고,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도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이 기업은 재택근무 시 회사전용망을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근하도록 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수준까지 직원을 감시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해당 회사 직원 김모 씨는 “온라인으로 근태관리를 한다는 얘기가 돌아서, 별로 의미도 없이 메일함을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며 일 한다는 흔적을 부러 남기라는 조언이 사내에 돌고 있다”고 밝혔다. 집에서도 가상의 상사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다.
B 중견기업은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에 근태관리를 체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해당 앱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치 정보를 요구하자 “이게 왜 필요하냐”라는 불만이 제기된 것. 앱 개발 업체선 “회사로 출근하는 경우, 회사에 들어왔는지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GPS 기능을 넣은 것인데, 재택근무자에겐 필요하지 않는 기능”이라며 회사 사정에 맞춰 기능을 수정하기도 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원격 근무를 늘리다 보니 부작용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한 C 중견기업 관계자는 “재택근무 중에 한 직원이 영화관에 간 게 발각돼, 해당 부서 재택근무를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며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슷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직원의 동선을 추적하는 앱을 쓰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병 리스크를 차단하고 직원 중 코로나19 감염발생 시 업무시설 전체를 폐쇄하는 대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에도 해당 앱을 지우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원격근무 확산과 더불어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업무 효율과 관련된 규칙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근태 보다는 성과와 생산성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으면, 감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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