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 달라져야 산다]
금융사 아닌 통신판매업자 분류… 대출잔액 2조4000억원으로 급성장
부동산 위축에 코로나 위기 겹쳐… P2P업체-투자자 손실 우려 커져
저금리 장기화와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을 타고 성장하며 혁신금융의 사례로 주목받았던 개인 간 대출(P2P)에서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향후 투자자들의 손실은 물론이고 새로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P2P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7일 기준 P2P 업체 144개사의 연체율은 16.2%다. 지난해 말 11.4%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위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P2P는 대출을 원하는 개인이나 법인에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주는 방식이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는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다. 투자자는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틈새를 개척한 데다 ‘포용적 금융’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말 8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P2P 대출 잔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2조4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대출 수요가 많았던 데다 10%대 고수익도 가능하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위험 요인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부동산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업계를 대표하던 대형 P2P 업체가 부도를 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P2P 대출을 향해 잇따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P2P 업체들은 금융회사가 아닌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그동안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P2P 대출을 신규 금융업으로 인정하는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법)’은 지난해 10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3월 내놓은 시행령은 일반 투자자의 한도를 5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은 3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규제하며, P2P 업체가 구조화 상품이나 가상통화 등을 활용한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 P2P 대출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체율의 빠른 증가는 현 경제 상황을 감안해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신규 산업이라 평판과 신뢰 유지가 더 어려운 만큼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당국과 업체의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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