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이렇게 강조했다. 통합당 당선자 84명 중 59명(70.2%)의 지지를 얻은 주 원내대표는 3선 이종배 신임 정책위의장과 함께 180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는 원 구성 협상,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 등 당 지도부 구성,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무소속 당선자 복당 등 복잡한 현안을 풀고 무너진 보수 진영 재건의 첫 삽을 떠야 할 중대 과제를 안게 됐다.
● 비박, 비황계 원내협상 전문가 강조 먹혀
총선 참패를 수습할 21대 국회 통합당의 첫 원내 리더십을 뽑는 이날 경선에선 당 최초로 상호 주도권 토론과 현장 질문을 도입했다. 점심 식사도 김밥과 샌드위치로 대체하고 4시간이 넘는 마라톤 토론을 거쳐 치러졌다. 주 원내대표는 당의 현실에 대해 “직능단체에 선거 때만 찾아가는 먹튀(먹고 튀다)” “성공한 청년 데려다 소모하고 버리는 정당” 등 내부 반성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180석의 거대 여당에 맞설 원내협상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19대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20대 국회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다양한 원내 경험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을 지내며 계파 간 조율도 많이 해봤다.
대구 5선인 주 원내대표가 전체 당선자의 70%가 넘는 몰표를 받아 당선된 것은 초재선 그룹(60명)과 영남권(56명)의 지지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박(박근혜) 비황(황교안)계로 계파색이 엷은데다, 온건보수 성향에 합리적 성품으로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좋은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듯 하다. 동시에 주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결국 영남당’이라는 지적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수도권 확장론’을 내세운 경쟁자인 서울 4선 권영세 당선자는 18대 국회 이후 여의도를 떠난 8년의 공백으로 60명에 달하는 초재선 그룹과의 교분이 약했던 데다 승부처였던 부산경남 표를 끌어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이르면 다음주 당선자 총회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와 미래한국당 합당 여부를 우선적으로 결론지을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만나뵙겠다”면서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은 가급적 빠르면 좋다”고 했다. 당선자 사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는 방향엔 찬성이 많은 반면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문제는 원내 전략적 문제를 감안해 찬반이 팽팽히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17대 입성 동기 김태년-주호영, 서로 “훌륭한 분”
21대 국회를 이끌 여야 원내 사령탑을 맡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등원 동기다. 같은 상임위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정책위의장을 맡아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덜 하고 합리적 소통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는 점에서 21대 국회에선 ‘동물국회’라 불렸던 20대 국회보단 협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지금 상황이) 거대 여당이 상생과 협치의 국회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현실 의석수를 인정하고 국정에 과감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향후 1년간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합쳐 103석 의석으로 180석 거대 여당에 맞서야하는 현실을 감안해 ‘줄 것은 확실히 주고 막을 건 확실히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 대해선 “훌륭한 분”이라며 “협상 경험이 많고 정책위의장도 겪었으니 상생과 협치를 위한 틀을 잘 만들 거라 기대한다”며 치켜세웠다. 이에 김 원내대표도 “주 원내대표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며 “매너도 좋고 매우 열리고 유연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첫 통화를 한 두 원내대표는 곧 직접 만나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는 정책통으로 거듭나며 상대와의 협상에 능하고, 주 원내대표도 말이 통하는 사람인 만큼 21대 첫 원내 맞수로는 좋은 매칭”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