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가 각각 15억… 낙찰가 만만찮아 구입예산 연간 40억으론 ‘역부족’
소장품 중 중복되는 유물도 있어… 진위 논란에 전문가 “위작 가능성 낮아”
간송미술관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하는 금동여래입상(보물 284호)과 금동보살입상(보물 285호)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식적으론 응찰 여부를 아직 결정 안 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예상 가격) 범위가 만만치가 않아 박물관이 경매에서 (낙찰 경쟁에) 따라갈 예산상 능력이 안 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두 불상은 경매 시작가가 각각 15억 원(변동 가능)이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비용은 연간 약 4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문화재청이 필요 시 구매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래도 낙찰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더구나 성격상 중복되는 유물이 이미 박물관에 없지 않고, 향후 간송가(家)에서 소장 문화재 가운데 국보인 불상과 불감 역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박물관 측의 고민은 더욱 깊다.
이 관계자는 “국립박물관의 임무를 다하고 싶지만 능력이 모자라 너무나 안타깝다”며 “힘을 다해 유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파는 쪽(간송미술관)에서도 유물이 공공적 성격을 띤 기관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송 컬렉션’이 일부라도 흩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지정문화재가 시장에 나올 때마다 국가가 구입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문화재계 관계자는 “물론 국가기관에 들어가는 게 전시나 보존 면에서 가장 좋기는 하겠지만, 사유물의 거래에 나라가 일일이 뛰어들 수는 없는 일이고, 간송 컬렉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불상의 낙찰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보물은 청량산괘불탱으로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2000만 원에 개인에게 낙찰됐다. 2012년에는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이 34억 원에 낙찰됐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두 불상은 모두 청동에 도금해 제작됐다.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7.6cm의 7세기 중반 불상이다. 눈은 감고 입을 오므리면서 꾸밈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옷 주름은 가지런하면서도 오른쪽 어깨의 옷이 흘러내릴 듯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금동보살입상은 6세기 말∼7세기 초 불상으로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진다. 머리에는 보관(寶冠)을 쓰고 있으며 얼굴은 긴 편이다. 얼굴은 가늘게 찢어진 눈과 앞으로 내민 입술,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어울려 토속적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두 불상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금동보살입상의 출토지가 신라의 영역인 경남 거창인데 백제 양식이 섞인 점을 두고 진위를 검토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계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불교미술사 전문가인 최응천 동국대 교수(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는 “필요하다면 조사할 수 있겠지만 간송의 소장품들은 당대 쟁쟁한 분들의 검증을 거친 것이고, 출토지가 명확한 게 아닌 이상 백제 양식이 보인다 해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만큼 시대별, 나라별 불상 양식이 파악되기 전인 1960년대에는 이 정도의 위작을 만들 수준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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