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를 둘러싼 정부 기류가 ‘긴급 수혈을 통한 생명 연장’에서 ‘새 주인을 찾은 뒤 정상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통해 부실을 털어낸 뒤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자금 투입 원칙인 ‘대주주 고통 분담 없이 지원은 없다’에 비춰 일단 고통 분담을 할 수 있는 대주주를 만들어 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새 주인 찾기에 무게
16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월부터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기업 회생을 위한 실무 협상을 계속해 왔다. 결론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힌드라의 의지가 불투명하다”로 모아졌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가 15일 밝힌 “새 투자자 모색”은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는다는 뜻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진의를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밝힌 새 투자자 모색은 결국 매각이라고 보는 게 맞다”라고 했다.
이제 공은 한국으로 넘어온 상태. 정부는 대주주의 고통 분담 의지가 없는 상황에선 쌍용차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견해다. 지원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이후 대주주 고통 분담 없이는 기업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이 정해졌다”며 “고용 문제보다 앞서는 것은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역으로 고통 분담 의지가 있는 새로운 대주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 정부 지원이 시작될 수 있음을 뜻한다. 산업은행도 지원 방침이 불투명한 마힌드라보다는 지원 의지가 확고한 새로운 대주주가 나타나는 것이 쌍용차 입장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의 매각가는 마힌드라 보유 지분 약 20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2500억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성차 업체 인수 가격만 놓고 보면 비교적 가성비 있는 매물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잠재 매수자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대출 만기 연장은 가능… 기안기금 지원은 불투명
자동차 업계에선 정부가 최근 조성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쌍용차를 지원할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안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을 위한 자금이다. 원래부터 상태가 안 좋았던 기업을 위한 기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기안기금은 브리지론(단기 유동성 공급 대출)이다.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쌍용차의 경영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기안기금 투입은 기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안기금 심의위원회가 쌍용차 지원에 기금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쌍용차를 어떻게 처리할지 확정 짓기 전까지는 산업은행이 빌려준 기존 대출의 만기는 연장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연장이 안 되면 당장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숨이 끊기도록 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 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산업은행 차입금 900억 원 역시 일부 상환 조건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쌍용차에 대한 대출금 1900억 원 대부분은 담보가 있는 대출이어서 급하게 회수해야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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