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물건도 거뜬… ‘스파이더맨 거미줄’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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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팀 ‘인공 거미줄’ 개발
자신보다 68배 무거운 물체 포획… 운송기계-인공 근육에 적용 기대

거미는 가볍고 가느다란 실을 그물 형태로 짜 자신보다 몸집이 큰 먹이를 포획한다. 거미줄 자체의 뛰어난 접착력과 탄성 덕분이다. 생체 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거미줄의 원리를 공장에 적용하면 사람 손이나 복잡한 운송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무거운 물체를 붙잡거나 옮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정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거미줄 한 가닥 무게보다 68배 무거운 물체를 붙잡아 끌 수 있는 인공 거미줄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5일자(현지 시간)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전기 전도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반고체 물질인 ‘오가노젤’에 절연체인 실리콘 탄성체를 덧입힌 전도성 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손바닥 크기의 방사형 거미줄 형태로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거미줄에 강한 전기장을 걸어주면 정전기가 생겨 주변에 있던 물체가 달라붙는다. 책받침을 반복적으로 문지른 뒤 머리카락에 대면 머리카락들이 들러붙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공 거미줄은 신축성 소재인 오가노젤과 실리콘 탄성체로 이뤄져 있어 원래 길이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난다.

연구팀은 이 인공 거미줄 한 가닥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거미줄 자체 무게 0.2g보다 68배 무거운 물체를 잡아끄는 데도 성공했다. 금속은 물론이고 세라믹 소재, 나무, 나뭇잎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 물질을 이런 식으로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선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를 옮기는 작업에 적용한다면 물리적으로 웨이퍼를 들 때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손상을 방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공 거미줄은 가까이 접근하는 물체를 감지하기도 한다. 거미줄 주변에 형성된 강한 전기장이 물체가 접근할 때 물체 표면을 흐르는 미세한 전류에 영향을 받는 원리를 활용했다. 물체가 충분히 접근했을 때만 끌어당기기 때문에 엉뚱한 물체가 달라붙는 것을 방지한다.

선 교수는 “실험 결과 벽 너머에 있는 물체도 감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지팡이에 적용하면 예상치 못한 물체와 부딪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 근육이나 소프트 로봇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사이언스 로보틱스#인공 거미줄#서울대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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