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세브란스병원
모든 입원 환자 생체신호 디지털화
응급상황 막는 신속대응팀 구성
AI음성인식-IoT 등 디지털 고도화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최동훈)은 연세대 의료원의 세 번째 종합병원이다. 용인시 최초이자 유일한 대학병원이기도 하다.
병원은 개원 전부터 디지털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 기술들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 특히 디지털의료산업센터는 병원에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하고 연구와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지휘소 역할을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최첨단 디지털 혁신 병원으로 탄생하기까지 초기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기획관리실장·디지털의료산업센터 소장)와 김성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의료정보부실장)를 만났다.
모니터로 환자 상태, 동선 한눈에 파악
임상통합관제시스템(IRS)이 갖춰진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화면의 그래프와 숫자들이 빠르게 바뀌고 붉은색의 숫자가 깜박이면 긴장감마저 든다.
IRS는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가장 큰 역할은 환자의 위험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의료진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 김성원 교수는 “IRS는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사각지대 없는 디지털 병원을 만들기 위해 IRS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병원 설계부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IRS는 △입원 환자의 활력 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 기록해 분석하는 ‘중증환자 지표 모니터링(RRS)’ △폐질환과 유방암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진단 보조 솔루션 △중환자실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병상 CCTV △환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 △응급실 환자 현황 △혈액 분석 과정 자동화를 통한 통합자동화솔루션 현황 등의 자료가 한곳에 모인다.
박진영 교수는 “통합반응상황실은 기존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직접 기록해야 했던 과정을 디지털화했다”며 “환자 안전을 지키고 동시에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환자 케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위험 신호 울리면 빠르게 대처한다, 신속대응팀
김 교수는 “RRS는 중환자실 중심의 모니터링을 대폭 확장해 모든 입원 환자의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증도를 자동 분석해 의료진에게 제공한다”며 “위기의 순간 보호받지 못하는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속대응팀은 입원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위험환자를 발견함으로써 응급상황을 막는다. IRS모니터 한 편을 차지한 것도 이런 환자의 실시간 생체신호다. 수술 환자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이동한 환자, 의료진이 의뢰한 환자의 혈압·맥박·호흡수·산소포화도 등 활력 징후가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험신호가 포착되면 모니터의 상단에 기록된다. 병동의 담당 간호사가 매번 수기로 환자 상태를 작성하지 않아도 모든 의료진의 환자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연동된 환자 활력 징후와 의식 상태는 조기 경보 시스템(MES)과 전산 스크리닝 프로그램(NeoRRS)을 통해 실시간으로 점수화돼 신속대응팀에 전송된다. 알람을 확인한 신속대응팀은 필요한 경우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고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
위치정보 기반 감염 추적 솔루션 개발
환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도 도입했다. 박 교수는 “RTLS를 통해 병원 내에 있는 환자와 의료진의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해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찾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치정보는 감염관리에도 활용한다. 병원은 이를 위해 원천 알고리즘을 특허출원하고 위치정보 기반 감염 추적 솔루션을 개발했다.
고밀도의 무선네트워크망을 조성하고 BLE(Bluetooth Low Energy) 스캐너를 추가했다. 입원환자가 BLE 태그를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면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잡힌다. RTLS가 자산관리에 도입된 사례는 있지만 입원환자에게 적용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특히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개발한 감염 추적 솔루션은 감염병 환자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의 접촉 가능 여부를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어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법은 감염자의 ‘말’을 토대로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감염자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왜곡될 가능성도 크다. 감염 추적 솔루션은 RTLS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원내 이동 경로를 실시간 기록해 매우 신속하고 누락 없이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실증 사례들로 감염 추적 솔루션을 고도화해 최근 사회적 문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경로와 접촉자 추적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RTLS를 기반의 감염 추적 솔루션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며 “빠르고 정확한 추적으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강화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상의 의료환경 조성 ‘디지털의료산업센터’
그 밖에도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진료 현장 곳곳에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해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진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음성인식 솔루션은 국내 의료 용어 수십만 건을 학습한 인공지능을 통해 목소리만으로도 판독 기록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솔루션이다. 기록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환자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영상의학과에서 활용 중이며 의료진이 국영문 의료용어를 함께 사용해 말해도 단어 인식률이 높아 빠른 기록을 돕고 있다. 이 솔루션 덕분에 의료진은 오타 검수만 해도 될 정도며 일부 오타는 음성으로 실시간 수정이 가능해 업무 효율이 대폭 개선 됐다. 현재 병원은 음성인식 솔루션이 핵의학 판독, 수술실, 외래, 입원 회진 기록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의료산업센터는 단순히 새로운 기기나 시스템 도입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방문하는 모든 곳을 최상의 의료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한 디지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ICT, AR·VR, 빅데이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의료지식을 융합할 콘텐츠를 개발하고 병원의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병원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 스마트 머신 등 장비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해석과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환자 맞춤형 치료 서비스나 모형화를 통해 의료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박 교수는 “디지털의료산업센터는 산학연 융합의 거점으로 디지털 의료 ICT 국책 과제를 수주하고 병원 연구개발(R&D) 등 유의미한 학술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유망한 바이오헬스 기업들과도 발전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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