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하늘을 흐르는 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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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기독교 성경에 따르면 천지창조 때 하느님께서 물 한가운데에 하늘을 만들어 하늘 위의 물과 하늘 아래의 물로 갈라놓고 하늘 아래 물을 한곳에 모아 바다를 만드셨다고 한다. 창조신화를 전승해온 고대인들은 하늘 위에도 바다만큼이나 많은 물이 있다고 믿었다. 이번 장마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린 것을 보면 고대인의 믿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하늘 위를 흐르는 강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땅과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대기 중에 모여 긴 띠의 형태로 이동하는 현상이 마치 하늘을 흐르는 강과 같아서 대기천(大氣川·Atmospheric River)이라 불린다. 대기천 중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강인 아마존의 강물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것도 있다. 이러한 대기천이 하늘 위에 3∼5개가 떠다니면서 지구촌에 수증기를 순환시키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만들어진 수증기의 90% 이상이 대기천을 통해 차갑고 건조한 고위도 지방으로 옮겨진다. 대기천은 폭우와 홍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에 의하면 남부지방 여름철 강수량의 35% 이상이 대기천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에서는 한 해 해수면을 1m나 낮출 정도의 물이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그만큼의 강수량이 비나 눈으로 다시 지표면에 내려와서 결국 해수면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량도 늘어나고 그만큼 강수량도 많아진다.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은 7% 증가한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뜨거워진 지구는 더 많은 수증기를 대기천에 공급하고 우리는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엄청난 양의 물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대기천이 폭우나 홍수 등 불규칙한 기상이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태풍이나 장마와 결합하면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준다.

여름철 뜨거워진 바닷물이 내뿜는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지는 태풍도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위력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지구의 평균기온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특히 태풍 발생 수역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어서 이렇게 축적된 에너지가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기천과 태풍은 뜨거워진 지구의 열을 분산시켜 균형을 이루는 자연의 자기 조절 현상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기 조절 기능이 점차 과격하게 나타나고 있고 우리가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자연의 균형 활동의 결과가 폭우와 홍수의 피해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과거 50년이나 100년 주기로 나타날 법한 집중호우는 이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하늘을 흐르는 대기천의 수량이 많아진다면 그 물을 땅에서 받아낼 강의 물그릇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 정비되지 않은 강이나 하천이라면 이들을 정비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일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날씨이야기#날씨#차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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