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기간 장마와 집중호우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기후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실감했다.”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카메라 앞에 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말이다. 환경부는 이날 ‘댐 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발생한 수해와 댐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홍수대책기획단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강한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댐과 하천의 수용 여력을 점검하고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폭우와 강한 태풍은 기후위기가 불러온 현상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대기로 증발되는 수증기의 이동이 활발해져 비구름이 많이 만들어진다. 해수면이 올라간 상황에서 태풍과 돌발 폭우의 빈도는 늘어나고, 만조 시기와 겹쳐 강한 해일이 발생하면 지금껏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나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에서 2030년 강력한 태풍이 올 경우 국토의 약 5.86%(5885km²)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미국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약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입고, 바다와 강 주변에 있는 인천공항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부산도 해운대를 넘어 내륙까지 해일이 들이닥치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만큼 댐과 하천 정비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지류와 지천, 또 도심까지 확대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경수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댐과 제방 정비는 기본이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홍수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번 홍수는 비가 시간당 100mm 가까이 오자 하수가 역류하고 물이 빠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빗물을 흘려보내는 아스팔트가 아니라 땅속으로 침투시키는 투수성 도로를 확대하고 도심의 물길인 지천 정비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많이 올 때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들은 아예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댐과 제방, 저류지를 만드는 식의 대책은 예상을 초월하는 홍수가 날 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강과 바다가 범람하는 위험 지역을 파악해 해당 지역의 주거지를 줄이고, 비상시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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