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계속된다, 랜선을 타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 위기속 국립극단 이성열 감독의 선택… 신작 ‘불꽃놀이’ 25일 온라인 상연
코로나로 공연 연기, 중단, 취소… 올해 예정된 10편 중 3편만 상연
이성열 감독 “극의 라이브성 살리면 온라인 연극도 감동 줄 수 있어”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이달 25일 온라인 상연되는 ‘불꽃놀이’.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국립극단 제공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이달 25일 온라인 상연되는 ‘불꽃놀이’.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국립극단 제공
연일 호평을 받으며 매진을 이어가던 국립극단의 신작 ‘화전가’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 2월 공연이 연기된 끝에 열린 무대였다. 지난달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58)은 “오늘 광복절 공연이 마지막”이라며 공연에 앞서 배우들을 모아놓고 격려했다.

그런데 공연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객석 거리 두기’를 한 채로 계속 공연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작별인사’ 후 다음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것. 안타깝게도 이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사흘 뒤 막을 내려야 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에 공연 연기, 중단, 취소는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올해 9월까지 작품 10편 중 3편만 간신히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이 감독이 지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네 번째 극장’에서 25일 선보일 신작 ‘불꽃놀이’를 들고 나왔다.

2017년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11월에 3년의 임기가 끝난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올해 예정된 10편 중 3편만 했으니 3할은 겨우 해냈다. 극단의 ‘네 번째 극장’이 된 온라인 극장을 발판 삼아 연극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국립극단이 기존의 세 오프라인 극장에 이어 온라인을 통한 ‘네 번째 극장’ 문을 연다.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이 기존의 세 오프라인 극장에 이어 온라인을 통한 ‘네 번째 극장’ 문을 연다.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이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신작을 발표하는 건 창단 이래 처음이다. 극단 산하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어 온라인 극장도 새 활동무대가 됐음을 뜻한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작품 역시 동등한 연극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연극계 패러다임 변화라 할 만하다.

백성희장민호극장. 국립극단 제공
백성희장민호극장. 국립극단 제공
“공연예술 개론서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공연자와 관객이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서 만나는 현장성이 공연의 핵심인데, 물리적 공간이 분리되면서 공간개념도 바뀌어야죠.”

일부 뮤지컬, 연극이 유료 온라인 공연을 도입했으나 연극계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극장에서 만날 수 없는 건 ‘진짜 연극’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감독은 “극의 현장성을 살리면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극예술연구회를 시작으로 연극에 뛰어든 그는 연극계에서 ‘성공한 연출가’로 통한다. 30대 초반부터 극단 산울림의 극장장을 맡아 “임영웅 연출가, 박정자 손숙 윤석화 이호재 배우 등 선배들로부터 연출을 배웠다”고 했다. 이후 극단 ‘백수광부’를 창단해 동아연극상, 이해랑연극상, 김상열연극상 등을 거머쥐었다.

그는 국립극단을 이끌며 신진 발굴과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에 힘썼다. 하지만 안팎으로 고비가 만만찮았다. 블랙리스트 후폭풍, 미투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연극판에는 그야말로 ‘사건이 많았다’. 국가대표 극단의 책임자로 감내할 몫이었다.

소극장 판. 국립극단 제공
소극장 판. 국립극단 제공
이 감독은 “우리 연극계” “우리 극단”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연극이 그 자신의 일부로 체화된 것이다. “그저 연극에 미친 연극쟁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치면 절대 안 돼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죠. 나와 세상을 잘 들여다볼 때 좋은 연극이 나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불꽃놀이#온라인 상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