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의 부정적 의견을 묵살한 채 경기 북부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에도 신속 착공 의지를 관계 기관에 밝히는 등 ‘대북 정책 코드’에 맞추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국토부,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환경부는 국토부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의견’을 발송했다. ‘고속도로가 임진강 및 주변 내륙습지를 통과하거나 인접하고 있어 기존 개발지를 활용한 대안 노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규정된 절차로 도로 건설을 위해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환경부는 5월에는 국토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공문을 보내 해당 사업 구간이 △저어새, 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의 월동지 및 번식지 △매, 참수리, 금개구리 등 법정보호종 37종 서식지라는 점을 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또 ‘원안 노선이 생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하저터널을 대안으로 검토하거나 기존 도로를 최우선 검토하라’는 조건부 동의 취지의 의견도 냈다.
환경부의 지속적인 의견 제시에도 도로공사는 7월 관계 기관에 기존 계획대로의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공사 기본설계 완료’ 공문을 보냈다.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셈이다. 이에 환경부는 또다시 8월에 ‘기존 개발지를 활용하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지만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 건설 사업의 적기 추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이후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를 거쳐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5843억 원 규모로 11.8km 구간 왕복 4차로로 건설된다.
이 의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공무원 피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실질적 남북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절차를 어겨 가며 사업을 졸속 강행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사업 지역은 지뢰 제거 작업도 완료되지 않은 곳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인명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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