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뮤지엄 바스키아 회고전 ‘장미셸…’ 열리기까지
외부인 출입금지 수장고에 보관된 아트딜러 무그라비 소장품으로
모든 준비과정에 예술전문 변호사… 전시장 초입 사진 배열까지도 지정
“일반 기획전보다 비용 5배 들어”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가 대중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건 2017년이다. 40대 일본인 사업가가 그의 작품 ‘무제’(1982년)를 1억1050만 달러(약 1245억 원)에 낙찰받으면서다. 미국 작가 경매 사상 최고가여서 대중의 눈길이 쏠렸다. 그 사업가 이전에 바스키아의 작품을 소장한 대표적 컬렉터가 둘 있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뉴욕의 아트 딜러 호세 무그라비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바스키아 회고전 ‘장미셸 바스키아: 거리·영웅·예술’은 무그라비의 소장품으로 구성했다. 구혜진 수석 큐레이터는 2년 전 겨울, 뉴욕 중심가 호화로운 빌딩에 있는 무그라비 사무실을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앤디 워홀, 제프 쿤스, 카우스 등 값비싼 팝아트 작품이 그를 맞았다. 바스키아의 작품 두 점은 무그라비의 집무실 가장 깊숙한 곳에 걸려 있었다. 나머지 작품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바스키아의 미술사적 가치와 문화적 영향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눈길을 끈다. 바스키아의 첫 개인전 작품으로 높이 2m, 가로 4m를 넘는 대작 ‘The Field Next to the Other Road’는 보험가액이 2000억 원을 넘는다. 이 작품을 비롯한 회화, 드로잉 150여 점의 보험가액은 1조 원이나 된다. 전시장 보험료만 5억 원 이상이다.
화려한 면면만큼 전시를 준비하는 데도 무척 까다로웠다고 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예술 전문 변호사가 대동해 결정을 내렸다. 바스키아가 거리에서 활동을 시작했기에 작품의 상태도 제각각이어서 회화 작품에 붙은 먼지 한 톨까지 사진을 찍어 보냈다. 작품이 올 때와 갈 때의 상태를 비교하는 ‘컨디션 체크’를 하기 위해서다.
바스키아 작품에는 소장자뿐 아니라 저작권사와 재단도 관여한다. 이들 모두에게서 전시 내용과 텍스트, 도록까지 동의를 얻어야 했다. 전시장 초입의 ‘SAMO’ 사진들도 사진가가 직접 배열 순서까지 정했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전시 기획에 5억∼10억 원이 소요된다면 바스키아전은 비용이 5배 이상 들었다.
미술관이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충분히 그렇다고 미술계는 평가한다. 바스키아전 개최가 미술관의 평판을 좌우하는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이다. 공연으로 유명한 영국 바비컨센터는 바스키아 개인전으로 개관 사상 최다 관객을 모았다. 구 큐레이터는 “원화를 고집해 어렵게 만든 전시”라며 “바스키아 작품을 이 정도 규모로 보는 것은 10년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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