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흥은 잊으세요. 오늘 다 미칠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女프로배구 GS칼텍스 이소영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이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1위 시상식 뒤 트로피를 품에 안고 미소 짓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이소영은 26일 시작하는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사진 출처 이소영 인스타그램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이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1위 시상식 뒤 트로피를 품에 안고 미소 짓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이소영은 26일 시작하는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사진 출처 이소영 인스타그램
인터뷰 내내 GS칼텍스의 주장 이소영(27)은 수도 없이 마스크를 고쳐 썼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조그마한 부주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프로 데뷔 9시즌 만에 처음 경험한 정규리그 1위의 달콤함에 만족하지 않고 26일부터 열리는 흥국생명과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에서도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이소영은 “팀원들에게 쫓기지 말고 즐기며 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야 챔프전에서도 우리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GS칼텍스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르기까지 애쓴 일등공신 가운데 한 명은 ‘소영 선배’ 이소영이다. 공격종합 4위(41.66%), 리시브 5위(효율 41.82%), 득점 10위(439점) 등 개인 기록에서 리그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공수 양면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주장으로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애썼다. 소영 선배라는 별명도 후배들을 잘 다독인다고 해서 붙었다.

이소영은 팀 내에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2013∼2014시즌)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선수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언니들을 따라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번에는 팀원들을 이끄는 입장이다 보니 더 가슴에 와닿았다.”

말 못 할 고민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뜻으로 선배 김유리(30)의 뒤를 이어 주장을 맡게 되면서 느낀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학창 시절 한 번도 주장을 맡아본 적이 없기에 두려움도 더 컸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늘 나에게 ‘희생’을 강조한다. 때론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수석코치 시절부터 배려를 강조하는 감독님의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 뜻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스스로도 에어소영, 아기용병 등 여러 별명 중에서 소영 선배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 차 감독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소영이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MVP는 이소영과 흥국생명 김연경(33)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 가장 잊을 수 없는 게임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그는 흥국생명에 3-0 완승을 거둔 5라운드 경기라고 대답했다. 좋은 기억을 살려 꼭 챔프전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의지로 들렸다.

시즌 전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때 후배들에게 물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의 뜻을 알게 됐다는 이소영은 “어우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미친개’(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도록 한 작전)가 있다. 컵 대회 결승(흥국생명전 3-0 승)처럼 모두가 홀린 눈빛으로 경기를 한다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챔프전에서도 GS칼텍스가 우승하면 여자부 최초 ‘트레블’(한 시즌 컵 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동시 석권)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 시즌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이소영이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女프로배구#gs칼텍스#이소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